[연합시론] 북미는 비핵화 입장차 좁히기 위한 대화에 나서라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혀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차 상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포함해 발사체를 발사하고, 미국이 국제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압류 사실을 공개하는 등 북미가 '강 대 강' 대치를 하는 듯한 정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긴장을 이완시킨 것은 다행스럽다.
북한이 두 차례 발사에 이어 더 높은 수위의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한 것은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에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강온 대응을 병행하면서 협상의 판만은 깨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한 사실에 주목한다.
사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등을 쏜 데는 군사적 도발을 하겠다는 의도보다 비핵화 협상의 교착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을 향해 간접적으로 대화와 양보를 촉구한 의미가 더 강하게 내포돼 있다고 본다. 북한은 무력시위를 통해 대내적으로 체제를 결속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교착 타개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 연말로 제시한 바 있다. 결코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 정체가 계속된다면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협상 태도를 끌어내기 위해 북한은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일 우려가 없지 않다. 이는 한국, 미국, 국제사회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비핵화 협상을 더 꼬이게 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규정한 것처럼 북한의 무력시위가 신뢰 위반이라고까지 할 정도가 아니라면 미국과 북한은 더 늦기 전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신뢰가 깨진다면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미는 서로의 강경 대응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신뢰 관계에 금이 가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북미는 단계적 비핵화 및 제재 완화, 일괄적 비핵화라는 각자의 주장과 요구만 고수할 게 아니라 입장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은 '빅딜'론만 고집하지 말고, 좀 더 현실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도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더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이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고, 대화를 지속하려는 한국과 미국의 운신 폭을 좁혀서 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어렵게 조성된 한반도 평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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