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했다는데'…윤장현 전 광주시장 선거법 유죄 왜?
"사기라 해도 공천 기대하고 금품 오갔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사기 사건 피해자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실제 선거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윤 전 시장이 선거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에게 4억5천만원을 제공한 행위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47조의2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 후보 추천과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즉, 실제 권력자이든 아니든(누구든) 후보 추천과 관련한 이익 제공 및 제공 의사 표시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실제 정당 공천 능력이 없었음에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를 속여 금품을 주고받았다가 2009년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당시 영부인이었던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는 정당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31억8천만원이 확정됐다.
김씨에게 금품을 건넸던 김종원 전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은 자신을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받았다.
윤 전 시장 사건 재판부는 권 여사 사칭범 역시 김옥희씨처럼 공직선거법 위반죄와 사기죄에 모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범이라고 판단했다.
속았다고는 해도 공천 영향력을 기대하고 금품을 준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봤다.
재판부는 윤 전 시장과 김씨의 통화·문자메시지 내용, 금품이 오간 시기,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권 여사와의 친분이 약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윤 전 시장이 '공천헌금' 성격의 돈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했다.
윤 전 시장과 김씨는 모두 최초 통화에서 공천 대가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선뜻 돈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천 대가성 금품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첫 통화에서 윤 전 시장이 '큰 산', '첫 관문'을 언급하고 '큰 산만 넘으면 경선에 나갈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점으로 미뤄 경선과 관련해 도움을 바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첫 통화가 아닌 두 사람이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던 전체 기간을 기준으로 윤 전 시장이 제공한 '4억5천만원'과 후보자 추천 관련성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금품을 받은 자의 내심의 의사나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 금품을 받은 자가 겉으로 나타낸 의사와 이에 합치하는 금품 제공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공천 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12부(정재희 부장판사)는 10일 윤 전 시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6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전 영부인 사칭범 김씨는 공직선거법과 사기 혐의로 징역 4년과 추징금 4억5천만원, 사기 미수 혐의로 징역 1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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