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86분 '진솔' 대담…朴 사면 등 난감한 질문에 한숨도
北 발사체 발사 등은 차분히 설명…'독재자' 표현 질문에 "뭐라 말해야 할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취임 2주년을 맞아 출연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교적 진솔하게 각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9일 오후 8시 30분부터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이날 대담은 예정된 시간을 6분 넘겨 86분간 진행됐다.
진행자의 소개에 이어 상춘재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소회에 대해 "먼저 국민께 감사 인사부터 드려야겠다"며 "국민은 촛불혁명이라는 아주 성숙한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주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이 향하는 대로 국정농단, 반칙과 특권의 적폐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면서 "얼마나 기대에 부응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 아쉬운 부분이 많고 보완할 과제도 많다고 느낀다"며 "앞으로 그 점에 더 집중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담에서 단연 관심은 대담 4시간 전에 있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진행을 맡은 송현정 KBS 기자는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는지를 첫 질문으로 선택했고, 문 대통령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대담 전까지 파악한 상황, 북한의 의도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북한이 '로키'로 미국·일본·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발사하고 있다"며 섣부른 대응을 자제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예상 밖 질문에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독재자'라고 평가했을 때의 느낌을 묻자 문 대통령은 "이…저…"라고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조금 극단의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로 본다며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은 늘 있어 온 것"이라며 "이제는 한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새로운 대화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제1야당과의 언쟁은 애써 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판단을 묻는 말에도 문 대통령은 한숨을 쉰채 착잡한 목소리로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보면 정말 가슴 아프다"면서 "저의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아마 누구보다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