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물가 예상대로 가는지 보면서 금리결정"
무역협상·브렉시트 주요변수…"가계대출 증가요인 상존" 경고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예상 수준과 들어맞는지 살피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고 9일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2월과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현재의 연 1.75%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의 추이와 영향을 고려해 성장과 물가가 예상경로에 부합해 가는지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키로 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을 밝힌 표현에서 한은이 강조한 대목은 '성장과 물가가 예상경로에 부합하는지'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18일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각각 낮춰 잡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에 못 미친 -0.3%(전분기 대비)로 잠정 집계되자 연간 성장률은 2% 초반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1∼4월 누적 0.5%로, 1965년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따라서 물가 역시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은 다만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교역 여건,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성장률·물가와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변수로 제시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향배가 이들 변수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주요국의 투자 관련 수입수요 둔화 등으로 교역 여건이 나빠졌으며,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지목됐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공표했지만, 이 역시 무역협상과 브렉시트의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에서 감지되는 금융시장 불안 징후 역시 무역협상의 전개 추이와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에서 비롯됐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가계부채에 대해 재차 경고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총량 자체가 이미 큰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계속 경계감을 갖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추이에 대해서도 계속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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