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제보 위한 정보공개 정당"…공개 꺼리던 국립대병원 패소
병원 측 "포상금 노린 청구는 권리남용"…법원 "위법한 행위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국립대병원이 진료비 자료 등을 보게 해달라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포상금을 목적으로 한 부당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해 공개를 막아보려 했지만 패소했다.
이 병원은 매출을 일부 누락한 전력이 있는 만큼 탈세가 또 있다면 제보할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행위가 권리남용 내지 부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A병원이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상대로 "정보공개 결정을 취소하라"며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7년 김 모 씨가 'A병원이 모금회에 신청한 병원 진료비 계산서', '모금회가 A병원에 지급한 진료비 이체내역서'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이를 A병원에 통지했다.
A병원은 "병원의 입금계좌번호 등이 포함돼 있고, 공개될 경우 포상금을 목적으로 한 특정인의 이익 추구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모금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모금회가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A병원은 김씨가 요구한 정보에는 비공개 대상인 개인 식별정보와 의료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또 김씨가 현금영수증 미발행 내역 등을 확인하고 이를 세무서에 신고해 포상받으려는 의도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니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A병원이 2017년에 진료비 34건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아 세무서로부터 2천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점, 모금회에서는 2016년에도 제삼자에게 비슷한 내용의 정보를 제공한 적이 있는 점 등이 이번 재판의 참고 사항이 됐다.
법원은 자료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A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정보공개청구 당시 환자의 개인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모금회도 개인정보 삭제를 조건으로 정보공개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A병원의 주장대로 진료비 계산서에 환자의 등록번호, 진료비 항목 등이 포함된 채 공개된다 하더라도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이상 환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보공개청구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담당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청구해 권리남용에 해당할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위법 행위인 탈세에 대한 제보가 객관적으로 사회 질서에 위반된다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A병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