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발사체=탄도미사일' 결론시 안보리 결의 위반 불가피
안보리, 탄도미사일 등 도발 전면 금지…정부는 사실상 '판단 유보'
'일체의 적대행위 금지' 명시 남북선언 위반 소지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현혜란 기자 = 북한이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날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과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러시아에서 운용 중인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거의 흡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은 사실상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미사일로 결론이 나면 거리에 상관없이 모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최근인 2017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이나 핵 실험, 또는 그 어떤 도발을 사용하는 추가 발사를 해선 안 된다는 (안보리) 결정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2006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1718호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행하지 않도록 요구했고, 2009년 결의 1874호는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결정하는 등 관련 결의안이 잇따라 채택됐다.
북한의 이번 발사 행위를 놓고 당국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탄도미사일로 결론이 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조치와 그로 인한 추가 정세 악화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결론이 나더라도 당장의 추가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북한이 단거리 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당시 유엔 안보리가 이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발표했지만, 추가 제재 결의안을 별도로 채택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3월 10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 같은 달 18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또 발사하자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이 약 한 달 뒤인 2016년 4월 23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을 때도, 같은 해 5월 22일과 9월 5일 중거리·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각각 발사했을 때도 안보리는 비난 성명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내포하는 위협 수준이 기존 평화 질서를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안보리 자체 판단이 깔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이번에 '단거리' 발사체를 선택한 것도 북미협상 교착국면에서 나름대로 수위 조절을 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공개한 무기의 사정권과 성능 등을 고려할 때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은 물론, 9·19 군사합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직접 남측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공개된 300㎜ 신형 방사포 등이 남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전날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미 간 군사협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축소 실시된 한미군사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재반박한다면 남북 간 소모적인 감정싸움만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장면을 공개한 5일에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훈련 등을 거듭 비난하며 "북남합의와 6·12조미(북미)공동성명을 위반하는 노골적인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