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홍보 맡기고 한 달에 10만원" 정부 서포터즈의 민낯
(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인턴기자 = "다섯 명이 한 달에 10만원 받았어요. 오프라인 홍보 활동도 해야 했고, 카드뉴스와 홍보 영상도 만들어야 했어요. 사실 교통비 정도 받은 셈이죠"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김하윤(가명·24)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8개월간 '법무부 법사랑 서포터즈'에 참여했다. 법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로스쿨 진학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포터즈 활동은 법을 다루는 정부 기관이라기보다는 '홍보 대행사'의 업무에 가까웠다.
범죄예방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만들어 관련 행사에 참여했고, 카드뉴스 인터뷰 기사, 홍보 영상을 만들어 법무부 블로그와 SNS 홍보 계정에 게시했다.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등 팀에만 장관상과 장학금이 주어져 팀 간 경쟁도 심했다.
김씨는 "사행성 행위나 음주운전 금지와 같은 정부 정책 홍보가 주된 내용이어서 법에 관해 배운 부분은 거의 없어요. 법보다는 법무부에 관련된 내용을 올려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배움의 기회도 드물었을뿐더러 활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은 지원금 명목으로 매달 지급되는 팀당 10만원의 돈과 봉사시간 인정이 전부였다.
김씨는 "팀원 5명이 10만원이면 한 달에 2만원꼴이에요. 우수활동팀으로 선정되면 추가로 10만원을 더 받긴 했지만, 그것도 충분한 금액은 아니어서 사비를 써가면서 활동을 했어요. 인정되는 봉사시간도 적어요. 영상 제작하는데 꼬박 하루나 이틀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인정되는 봉사시간은 1시간뿐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박민서(가명·25)씨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대학생 미소국가대표'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박씨는 "한 달에 네 번씩 오프라인 홍보 활동을 했어요. '친절서약'에 동참한 시민들에게 이름과 이메일을 받는 캠페인을 했는데 매달 정해진 할당량만큼 사람을 모아와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한 이메일 주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 홍보 메일을 보내는 데 사용됐다.
박씨는 "다른 일을 거의 못 하고 서포터즈 활동에만 매달려야 했는데 한 달 교통비 정도밖에 받지 못했어요. 열정페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지요"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서포터즈 활동을 했던 이소랑(25)씨는 정부 서포터즈를 '홍보 외주'로 기억한다. 이씨는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끼리 '서포터즈인 줄 알았는데 여기 취직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일이 많았어요. 기획자 역할로 뽑은 사람에게 원래 맡기는 업무가 아닌 영상 편집을 시키기도 했어요. 정부 담당자는 회사 상사처럼 행동하면서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결과물 내기를 강조했어요"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보통 서포터즈를 20대 초반에 첫 대외활동으로 많이 하는데 그 나이대에는 학생이니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과한 결과물을 요구하고 보수는 적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취업용 스펙쌓기에 대외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열정페이도 참게 만드는 것 같아요"라고 지적했다.
나현우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정부 서포터즈에 대해 "청년의 아이디어나 업무 능력을 싸고 쉽게 활용하는 방법"이라면서 "서포터즈라는 명목으로 약간의 지원금을 주고 사실상 홍보 업무를 맡겨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은 열정페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식 고용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도덕적 문제는 지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팀장은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서포터즈를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비용 지급과 지원자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과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부처마다 하고 싶은대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법사랑 서포터즈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용 관계가 아닌 자원봉사라 봉사시간을 인정해준다. 법무부에서 채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열정페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홍보 업무 역시 법무부 홍보가 아닌 법질서 확산에 대한 홍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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