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제주바다로' 아이처럼 뛰노는 돌고래 만나러
서귀포시 대정읍서 남방큰돌고래 탐사…해수부, 최우수 해양관광상품 선정
(서귀포=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돌고래다, 저기 돌고래가 있어요!"
지난 2일 제주 야생돌고래 탐사를 위해 찾은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포구.
11인승 낚싯배 P호를 타고 20분 남짓 달렸을까. 바닷바람의 격한 환영 속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 때쯤, 윙윙거리던 모터 소리가 잦아들고 이내 배가 멈춰 서자 일행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오른쪽을 보세요!"
일행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배와 100m 남짓한 거리에 돌고래 두세 마리가 지느러미를 물 밖에 빼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사방에서 돌고래 수십 마리가 미끄러지듯 낚싯배 주위로 몰려들었다.
돌고래 떼는 10마리 남짓한 작은 무리를 이루고 나서 군무를 추듯 파도를 유영했다. 무리에 속하지 않은 몇몇 돌고래는 낚싯배 아래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관광객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커지자 돌고래 떼는 '푸∼'하고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워졌다. 숨을 쉬며 내뿜는 물줄기가 손등에 튀길 정도였다.
순간, 돌고래가 제 키만큼 점프하며 하늘을 갈랐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돌고래는 연속으로 6차례나 바다가 아닌 하늘과 맞닿았다.
몸을 돌려 하얀 배를 뒤집어 보이는 재롱도 보여줬다.
배 바로 아래서 남방 돌고래가 숨을 내쉬어 만든 도넛 모양의 공기 띠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돌고래 탐사를 즐기던 배병민(50·부산)·이지연(42·〃)씨 부부는 돌고래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는 두 자녀에게 "카메라 렌즈가 아닌 눈으로 직접 돌고래를 보라"면서 제주바다가 선물한 천연 수족관을 즐겼다.
야생 남방큰돌고래 떼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지만, 이날은 더욱 운이 좋았다.
자연으로 돌아간 제돌이와 춘삼이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돌이는 등 지느러미에 숫자 '1'이, 춘삼이는 숫자 '2'가 표시돼 있다.
제돌이와 춘삼이는 돌고래쇼를 위해 불법 포획됐다가 지난 2013년 방류됐다.
당시 야생방류는 아시아에선 최초로 이뤄졌으며, 남방큰돌고래의 방류는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류 친구들은 야생에 잘 적응해 살고 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8년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약 108마리로 이 가운데 60∼70마리가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에 무리를 지어 모습을 드러낸다.
배에 탑승한 이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즐기는 사이 돌고래 탐사는 절정에 달했다.
P호 선장 A씨는 돌고래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시동을 계속해서 끈 채 돌고래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뱃머리를 돌렸다.
20여 분간 야생돌고래와의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왼쪽으론 산방산과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반겼다.
제주로 우정 여행을 왔다가 야생돌고래 탐사를 체험한 신수연(32·여·서울)·손수영(〃)씨는 "평소 돌고래를 좋아해 투어를 신청하게 됐는데,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 돌고래를 모두 본 것 같다. 너무나도 감격스럽다"며 "예전 괌에 가서도 돌고래 투어를 한 적이 있는 데, 이곳 대정읍에서 만난 돌고래가 더 많고 크다"고 말했다.
야생돌고래 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통주 디스커버제주 본부장은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줘서 야생성을 뺏는다든지 돌고래에 일부러 가까이 접근해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또 대형 배가 아닌 소형 낚싯배를 이용해, 진로를 방해하지 않고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인공수족관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돌고래를 도민과 관광객에게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야생돌고래 탐사는 낚싯배를 타고 제주 모슬포 연안 지역의 남방큰돌고래를 만나보는 프로그램이다.
제주가 돌고래 생태관광지로서 주목받으며 제주 관광의 별미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제3회 해양관광상품 공모전을 열고 제주 야생돌고래 탐사를 최우수 해양관광상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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