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용암의 바다'가 테이아 충돌 때 달 만들어
日연구진, 테이아 충돌 모델 허점 보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달은 태양계 초기에 '테이아(Theia)'라는 화성 크기의 행성이 원시 지구와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돌 때 생긴 파편이 지구 궤도에서 응집하면서 달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달 형성에 관한 가장 유력한 모델로 받아들여 지고 있지만 허점도 갖고 있다. 컴퓨터 모의실험을 수없이 했지만 달의 주요 구성 물질이 실제와는 달리 테이아의 파편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달이 지구와 비슷한 물질로 돼 있다는 것은 아폴로 탐사 등을 통해 확인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것을 고려하면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작지 않은 허점이다.
그러나 지구가 용암으로 덮였을 때 테이아가 충돌했다면 지금과 비슷하게 지구 물질로 구성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달 형성 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일 미국 예일대학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연구원 호소노 나츠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천체의 밀도를 조정할 수 있게 '달 형성 표준모델'을 수정해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지구는 태양이 형성되고 약 5천만년 뒤인 원시 지구 때 용암의 바다로 덮여있던 시기가 있었다. 행성을 만들고 남은 잔해들이 지구에 계속 충돌하면서 그 에너지로 행성 전체 또는 적도 근처의 표층이 녹아내렸다.
달 형성 표준모델에서는 이런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지구와 테이아가 고체로 된 상태만 상정하고 모의실험을 해왔으며, 연구팀은 이를 반영하기 위해 천체 밀도를 바꿔가며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지구 표층을 용암이 덮고 있는 상태에서 고체로 된 테이아가 충돌하면, 그 충격으로 상당량의 용암이 우주로 흘러나가 지구 궤도를 돌다가 달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달의 약 70%는 지구 성분으로 구성돼 40% 그쳤던 고체 상태 충돌 때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테이아 충돌설의 허점을 보완하기는 했으나 앞으로 다른 연구진을 통해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사라 러셀 행성과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주목할만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지구 성분이 아닌 것으로 나온 나머지 30%에 관해서도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달에서 가져온 샘플이 적도 부근에서만 수집한 것으로 "한 줌의 샘플만으로 지구 전체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면서 달에서 더 많은 샘플을 가져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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