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외자기업 잇단 구조조정…한국 유입은 '미지근'"
무역협회 보고서…"중국 이탈 기업의 한국 유입 적극 지원해야"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중국에 진출한 한국과 외국자본 기업의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이들 기업을 적시에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北京)지부가 2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현지 사업 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선전(深<土+川>) 통신장비 공장, 지난해 말 톈진(天津) 휴대폰 공장을 철수했다.
현대차도 이달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기아차는 옌청(鹽城) 1공장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신세계나 CJ,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의 중국 사업 철수도 줄을 잇고 있다.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원가 상승, 중국기업의 경쟁력 상승,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무역구조의 재편 등이 영향을 미쳤다.
비단 한국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일본, 대만 기업은 물론 중국기업도 중국 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일본 엡손은 2021년 3월부로 선전 소재 손목시계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패션업체인 스티븐매든은 핸드백 공장을 캄보디아로 이전할 예정이다. 미국 패션브랜드 '코치'의 모회사인 테이프스트리는 중국 내 핸드백 생산을 5%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베트남, 인도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은 쑤저우(蘇州) 공장 인력 6만명을 감원하고 로봇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 패션업체 보스덩(波司登)은 중국 내 판매물량을 제외하고 베트남에서 OEM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샤오미는 2015년부터 '인도 제조' 전략을 수립해 인도 내 판매 스마트폰의 95%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기업은 주로 생산거점을 동남아시아로 옮기지만, 자국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은 2010∼2017년 721개 기업이 중국에서 본국으로 돌아왔고, 일본은 2017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일본으로 간 기업 수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간 기업 수를 웃돌았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서 이탈한 한국과 외자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환경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매출 1천대 제조기업 중 해외사업장을 보유한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가 국내 유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복귀가 어려운 이유로 국내기업은 해외시장 확대, 고임금 부담, 노동시장 경직성을, 외자기업은 복잡한 행정서류와 처리 절차, 공장 설립 시 까다로운 인허가 취득, 세무조사와 빈번한 세법 개정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이탈 외국기업이 한국으로 들어온다면 국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구조 개선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혁신적으로 국내기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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