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게임 마니아와 드라마 시청자 사이 줄타기"
송재정 작가 강연…"양쪽에서 불만 있었던, 절반의 성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여자 작가가 어떻게 증강현실 게임을 드라마 소재로 잡았을까, 이 질문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웃음)"
지난 1월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며 종영한 현빈-박신혜 주연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극본을 쓴 송재정(46)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인현왕후의 남자'(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더블유'(W) 등에서 창의적인 소재와 플롯을 선보였던 송 작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증강현실 게임을 끌어와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화제를 모았다.
송 작가는 30일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참신함과 대중성의 그 사이' 강연자로 나서 집필 전후 구상한 전략 등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송 작가는 먼저 기획 의도에 대해 "처음에는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에 이어 세 번째 타임슬립극으로 기획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음악이 매개체가 됐으면 했다"라며 "그런데 세 번째 하려고 하니 재미가 없더라. 그 와중에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상상한 걸 폼나게 구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작비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도가 되는지가 제작진으로서는 중요했다"라며 "그래서 현실에 있는 실사를 찍고 그걸 게임으로 믿도록 하는 게 승부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현빈이 극 중 게임 아이템인 검을 휘두르는 장면 등도 모두 실사로 촬영됐다고 송 작가는 설명했다.
송 작가는 아울러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게임과 드라마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깃을 게임 마니아로 할 것인지, 게임은 잘 안 하는 일반 시청자층으로 잡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드라마에 집중하기로 했다"라며 "그래서 게임을 최소화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문에 정체성이 흐려진 측면도 있다"라고 고민한 흔적을 엿보였다.
그러면서 "초반에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여성 시청자가 유입됐고, 이후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대거 유입됐다. 물론 상호 간 이탈도 있었다"라며 "그래서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 문제는 양쪽에서 불만을 산 것"이라고 웃었다.
송 작가는 NPC(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PK(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 PvP(플레이어 간 대결), 버그(오류), 퀘스트(플레이어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등 일반 대중에 생소한 게임 용어들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히며 "변죽만 울리고 끝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 저 자신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박호식 CP는 "최초가 될 수 없다면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되,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공감의 판을 짜는 게 중요했다"라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라고 의의를 강조했다.
한편, 송 작가는 강의 후 콘텐츠 분야 관계자, 창작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매번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 애쓰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애쓰기보다는 그 순간에 당기는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원래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스토리텔링 역시 늘 고대 신화 등에 기반을 둔다. 가족, 사랑, 우정, 권력에 대한 욕망 등 인간 감성에 대한 것을 다루는데 기술적인 방법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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