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에 가연성 외장재 금지…화재안전 관리체계 전면개선(종합)
대형화재참사 재발방지 227개 대책 추진…고시원·병원 스프링클러 의무화
(세종=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정부가 제천·밀양 화재 같은 대형 화재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화재안전 관련 제도와 예방·대응체계 전반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이 함께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을 마련해 30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특별대책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처럼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화재 참사를 막고자 마련한 것이다. 화재안전 제도 개선, 예방·대응체계 강화, 안전문화 확산 등 3개 분야에 걸쳐 모두 227개 개선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소방시설을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예방 중심으로 화재안전체계를 구축하고 화재 시 현장 대응능력을 키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도개선 부문에서는 건축물과 전기설비, 취약시설 등의 관리기준을 강화했다.
병원·학교 등 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물이나 3층 이상 건물에는 앞으로 스티로폼처럼 불에 약한 외부 마감재를 사용하지 못한다. 현재는 6층 이상 건물에만 가연성 외장재를 금지하고 있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층간 방화구획도 모든 층에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현재는 1∼2층을 제외하고 3층 이상과 지하에만 방화구역을 지정하게 돼 있다.
이같은 기준은 오는 6월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 적용된다.
화재안전기준 강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이날 공포되는 '건축물관리법'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한다.
특히 화재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의료시설이나 노인·유아 시설에는 마감재 교체·방화구획 보완·소화설비의 설치 등 화재 안전성능 보강 의무를 부여한다.
화재 발생 주요인 중 하나인 전기설비 관련 안전관리 기준도 강화한다.
'전기안전관리법'을 제정해 기존에 단순히 적합·부적합만 판정하던 전기설비 안전점검을 등급제로 바꾸고,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가전에 표기하는 전기용품 권장 안전사용기간을 선풍기·전기밥솥 등에도 확대 적용한다.
고시원, 의료기관 등 화재 취약시설 관리대책도 마련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전국 고시원 1천826곳에 내년까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설치하도록 했고, 의료기관에서도 건물 층수·면적에 따라 달랐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모든 병원급 기관으로 확대한다.
공사장이나 저유소, 통신구 등 기반시설 화재안전도 더 엄격히 관리한다.
현재 연면적 1만5천㎡ 이상 공사장에서 용접 등 화기작업을 할 때 배치하는 화재감시자를 앞으로는 공사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작업장에 두도록 했다.
또 석유저장탱크 검사주기를 단축하고 500m 이상 통신구에만 적용되던 소방시설 설치 의무도 모든 통신구로 확대한다.
소방청의 화재 예방·대응기능도 고도화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무선통신방식 화재알림시스템을 도입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화재 발생 시 전국 단위로 통합 대응할 수 있도록 119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시·도 구분 없이 가까운 소방서에서 신속 출동해 현장 도착시각을 단축하고, 특히 최근 강원 산불 같은 대형화재 때는 초기부터 관할지역 구분 없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소방인력 2만명을 증원하고 노후 무전기 교체·소형 사다리차 보급 등 소방장비도 개선한다.
정부는 이밖에 화재 시 대피·신고요령에 대한 교육과 불시 대피훈련을 강화해 화재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55만5천여개 건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화재안전 특별조사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
1단계로 작년 말까지 17만3천개 건물의 종합조사를 마쳤고 올해 말까지 38만1천개 건물을 조사한다.
정부는 1단계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61.3%에 해당하는 10만6천180개 건물이 '불량' 판정을 받았으며 화재 위험요인 약 51만건을 확인해 보완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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