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딸 살해 가담한 엄마, 두 번째 구속영장…그 근거는
딸에게 수면제 먹이고…떠오른 시체 가라앉히려 그물 구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재혼한 남편과 함께 중학생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게 경찰이 한 차례 기각됐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 근거는 확보한 물증과 진술이다.
16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두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유모(39) 씨는 보강 수사 결과 직접 처방받은 수면제를 음료에 타 살해 직전 딸에게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12살 중학생인 딸이 많은 양의 수면제를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한 정황이 보강 수사를 통해 드러나 경찰은 수면제를 살인 도구로도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친딸 살해 공모 엄마, 영장실질심사서…'남편에게 당할까 봐 무서웠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수면제 탄 음료수를 마시고도 딸이 꾸벅꾸벅 졸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 씨의 재혼남인 김모(31) 씨가 직접 목 졸라 살해했다.
승용차 뒷좌석에서 남편이 딸을 목 졸라 살해할 때 유 씨는 운전석에 앉아 생후 12개월 된 아들을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첫 번째 구속영장에서 유 씨에게 적용했던 '사체유기 방조' 혐의를 '사체유기'로 변경한 이유는 보다 구체적인 범행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살해 후 딸의 시신을 트렁크로 옮길 때 유 씨가 거들었다는 부부의 일치된 진술을 경찰은 확보했다.
이튿날 새벽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시신을 버린 사람은 남편 김 씨지만, 부부는 수면 위로 떠 오른 시신을 가라앉히는 데 쓰려고 그물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시신유기 현장인 저수지를 모두 3차례나 다시 찾아갔다.
유 씨는 딸을 살해하기 전 2주가량 전국 여행에 나섰을 때 남편 김 씨가 경북 문경 한 저수지에 커다란 돌을 굴려서 빠트리는 행동도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말했다.
김 씨는 살해 직후 홀로 밤새 차를 몰아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찾아다녔는데 고향인 문경의 이 저수지까지 갔다가 광주로 되돌아왔다.
유 씨는 이달 2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남편이 어린 아들도 죽이고 나도 죽일 것 같아서 무서웠다' 등 취지로 발언했다.
두 번째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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