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한 달…윤중천 동영상 시인에도 오리무중
"영상 속 인물, 김학의 맞다" 시인…여성은 '피해여성' 아닌 다른 인물 지목
촬영 시점, 금품거래 시점 등도 공소시효 지나…"처벌회피 의도" 해석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과거 수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단의 활동이 시작된 지 이달 29일로 한 달을 맞는다.
중요한 단서였던 이른바 '별장 동영상'에 나온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키맨' 윤중천(58) 씨의 진술이 새로 확보됐지만 저인망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라는 난관을 돌파할 핵심 증거가 나오지 않아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지난달 29일 여환섭 청주지검장의 단장 임명과 함께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째다.
수사단은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씨의 개인 금품비리를 적발하며 '압박 수사'를 벌여왔다.
결국 윤씨는 김 전 차관이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며 자신이 촬영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지만 핵심 혐의를 밝힐 만한 유의미한 진술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씨는 김 전 차관과 함께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스스로 피해자라 주장하는 A씨가 아니라고 하거나, 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성범죄 공소시효가 연장된 2007년 12월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2007년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찍힌 성관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과 김 전 차관이라고 점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씨가 범죄사실 자체는 시인했지만 김 전 차관과 자신이 처벌 받을 수 있는 유의미한 진술은 교묘하게 피해갔다고 평가한다.
윤씨는 검찰 조사 하루 만에 한 방송에서 영상 속 인물이 자신과 김 전 차관은 맞지만, 함께 등장하는 여성은 피해자라 주장하는 A씨가 아니라 유흥주점에서 데려온 여성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영상 속 여성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도록 해 성범죄 혐의를 피해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검찰은 앞서 A씨의 고소에 따라 이뤄진 2014년 수사에서도 영상 속 여성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윤씨가 영상 촬영시점이 2006년 말 또는 2007년 초라고 주장하는 것도 향후 수사로 성범죄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처벌만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수강간 혐의는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 이후 벌어진 사건만 기소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윤씨는 수사단에서 김 전 차관에게 2008년 이전에 2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줬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범죄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거래 시점이 뇌물사건 공소시효가 지난 때라는 점을 알고 진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씨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불리한 여론을 피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신병처리 문제를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윤씨 측 변호인은 23일 "윤씨에게 '신병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모든 걸 협조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앞으로 윤씨를 한두 차례 더 불러 아직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두고 2013년 경찰이 범죄첩보 수집과 내사를 벌이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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