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청장 상대로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조치 권고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호화 별장' 논란이 일었던 입화산 잔디광장 관리건물을 조사한 울산중구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설계 변경을 지시한 박성민 전 중구청장을 상대로 법적 조치할 것을 중구에 권고했다.
25일 특위가 발표한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중구 다운동 입화산 잔디광장 관리건물은 당초 계획됐던 조립식 건물로 지어지던 중 박 전 구청장이 설계 변경을 지시해 목구조의 호화 별장 형태로 건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전체 면적이 70㎡에서 103.28㎡로 넓어졌고, 시설 규모 증가로 공사 기간이 23일 연장되는 등 예산이 낭비된 사실이 지적됐다.
이 관리건물은 중구가 입화산 잔디광장 시설 관리와 이용자 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시 특별교부금 5억원과 구비 6억원 등 총 11억원을 들여 2017년 12월 완공했다.
그러나 외부인 출입이 막혀 있고, 건물 내·외부가 호화롭게 꾸며져 논란이 일었다.
조사 결과 관리건물은 편백 인테리어의 큰방 1개와 다락방 1개로 구성됐으며, 내부에 침구류 세트, 세탁기, 가정용 화장실, 아일랜드식 주방, 난방용 보일러, 바닥 난방, 북유럽풍 벽난로, 40인치 TV, 고급 냉장고, 와인 냉장고 및 와인잔, 양주잔 등을 구비했다. 외부에는 대형 바비큐 그릴까지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비품 중 원목 대형 테이블 1개, 수제 가죽 의자 10개, 스탠드 조명 1개는 물품 관리 대장에 등재되어 있지 않고 구매 과정이 불명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잔디광장은 구민 누구나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외부인 출입을 막는 철문 및 출입 금지 봉 등이 설치됐고, 일반인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입화산 깊숙이 있어 위치 선정의 부적정함도 지적됐다.
특위는 "잔디광장은 제대로 조성하지 않고, 그 부대시설인 관리실을 불법 호화 별장으로 건축했다"며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특정인의 사적인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계획된 공간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사업을 지시해 예산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낭비한 당시 행정 책임자인 박 전 구청장 및 관계자에게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중구 문화의 전당 소리마루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지적 사항이 나왔다.
특위는 소리마루에 대해 "음악 감상실 설치 명목으로 스피커와 가죽 소파, 안락의자, 최고급 인테리어 등 7천800만원 상당의 장비와 부대시설을 갖췄으나, 지난 2년간 음악 관련 전문 강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명백한 예산 낭비 사례"라고 꼬집었다.
양주잔, 와인, 와인잔 등 관련 부서에서 구매한 사실이 없고, 사용자가 불명확한 물품이 발견된 점은 감사를 권고했다.
소리마루를 사적인 목적으로 장기간 불법 사용한 사례도 지적됐다.
특위는 "박 전 구청장과 비서진, 일부 전·현직 의원 등은 공식적인 절차 없이 출입지문등록시스템에 지문을 등록해, 주로 근무자가 없는 평일·주말 야간이나 심야 시간에 100여 차례 출입한 기록이 있다"며 "이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6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권고했다.
또 특위는 2017년 입화산 숲 해설 사업과 2018년 유아숲 교육 운영 사업 당시, 관련 상임위인 복지건설위원회 소속 전 구의원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던 조합에서 특혜성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도 지적했다.
특위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근거해 지방의회 의원의 배우자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법에 따라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중구의회는 2018년 행정사무 감사에서 제기된 예산 낭비,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잔디광장 관리 시설 등의 의혹에 대해 규명하고자 이번 특위를 구성했다.
특위는 김지근 구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조사를 벌였다.
특위 활동결과보고서는 이날 중구의회 본회장에서 열린 제21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승인돼 최종 채택했다.
보고서는 3일 이내에 집행기관인 중구에 통보되며, 중구는 조치 결과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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