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묻겠다" "黨 나가라"…바른미래 '분당 패스트트랙' 타나(종합)
유승민계 "文정권 하수인…원내대표 불신임 묻겠다" 사실상 '탄핵'
안철수계도 '지도부 비토' 가시화…김삼화, 수석대변인직 사퇴
孫 최측근 이찬열 "유승민, 꼭두각시 데리고 나가라" 맞불 대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동환 이은정 기자 =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25일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 지도부가 바른정당계는 물론 일부 국민의당계의 강한 반발에도 오신환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강행한 것은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의 결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유승민계'로도 불리는 바른정당계, 국민의당 출신 가운데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계'와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호남계' 등으로 나뉜 상태다.
4·3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손학규 대표 퇴진론에 이어 패스트트랙 갈등이 분출하면서 계파 분화 양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이날 오신환 의원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 극렬히 반발했다.
유승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이나 손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모두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이 되기 위한, 민주당 2중대가 되기 위한 것이라면 앞으로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임 당사자인 오 의원은 "문 의장은 날치기 결재로 의회주의를 말살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행동에 들어간 바른정당계 의원 8명은 26일 열릴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관영 원내대표 불신임을 물을 계획이다. 손학규 대표와 함께 당내 '투 톱'에 대해 사실상의 '탄핵'을 가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안철수계 인사들 역시 패스트트랙을 강행한 당 지도부에 반발하고 있어,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당내 분열상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 의원 사보임 반대' 문건에 서명한 의원은 총 13명으로, 바른정당계 의원 8명 외에도 김삼화·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로 분류된 의원 다수가 포함됐다.
김삼화 의원은 이날 "(내 입장이) 지도부 의견과는 달라 더 이상 수석대변인직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수석대변인직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삼화 의원을 시작으로 안철수계의 지도부 비토 행렬은 본격화할 것"이라며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는 불신임될 것이고 결국 손 대표 또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출신의 이준석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원 셋은 당무 거부 중이고 수석대변인은 사퇴했다. 이제 역치에 다다른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안철수계의 '도미노 이탈'을 예견했다.
일단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공동 창당 세력으로서 일단 당을 '재건'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질 즈음부터 양 세력은 물밑에서 꾸준히 만나 향후 지도부 체제를 논의해 왔다는 후문이다.
안철수계 관계자는 "손 대표가 물러나면 즉각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2∼3개월 당내 상황을 수습할 방침"이라며 "하반기 총선 체제가 가동되면 그때 안철수·유승민의 복귀도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구체적인 대안이나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소수 호남계만 남고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수 당권파는 수개월 간 당내 다수 지지를 기반으로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킨 만큼 기세를 몰아 지도부 사퇴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손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찬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승민 의원은 꼭두각시들을 데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라"는 작심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바른정당계를 겨냥해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둔 (이들의) 당권경쟁 때문에 당내 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졌다"며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되면 절대 (바른정당계의) 탈당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되는 대로 당 분열 상황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제 개혁, 사법개혁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매우 강해 많은 반발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더 커진 데다 자신도 당내 동료들에게 실망한 측면도 있어 (시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6월 24일까지로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중도 사퇴'는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는 5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많은 민생입법 가운데 특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법 처리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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