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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년] ⑥北, 더딘 속도에 불만…그래도 합의 이행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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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년] ⑥北, 더딘 속도에 불만…그래도 합의 이행 의지
"미국 눈치만 본다" 지속 문제 제기…'민족공조' 요구하며 南 압박
김정은 시정연설서 강온 메시지…"머지 않아 남북대화 나설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말만 있고 실천은 없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첫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이 1년이 돼오도록 결실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남북 정상의 다양한 합의에도 실제 북한이 기대하는 경제 교류와 협력은 제자리걸음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사안은 아예 논의 테이블 위에 올릴 수조차 없는 현실은 남쪽을 향한 불만을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 1년간 북한이 쏟아낸 가장 큰 불만은 남측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에 지나치게 매달리며 남북관계가 뒷전으로 밀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남·대외 선전 매체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제재의 틀' 안에서의 협력교류를 운운하는 것은 북남선언들에 합의한 당사자로서 약속도, 의무도, 예의도 다 줴버린 행태"라며 수시로 날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 말 출범한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논의할 한미 간 워킹그룹에 대해 초기에는 미국을 향해 '남북관계 파탄을 노린 흉심'이라고 비난했으나, 대북제재에서 한미 공조의 창구역할을 하자 "남조선 당국이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남측에 화살을 날렸다.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협력 사안들이 대북제재와 워킹그룹 논의에 막혀 미적거릴 때도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워킹그룹에서 남북 이산가족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관련 장비의 북한 반입에 대해 미국의 독자 제재를 면제키로 하자 "겨우 장비·물자들의 반출만 승인받았다"고 비아냥거리며 평가절하했다.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남북협력사업으로 믿었던 산림복원마저 제재로 장비 반입 등에 문제가 생기자 북한은 작년 10월 남북산림협력회담에서 "이런 회담이라면 산림협력에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북한이 남측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하며 승인을 받으려 한다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엿보인다.
인도적 차원의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조차도 운송수단 문제로 워킹그룹에서 논의가 늦어지며 수개월 뒤에나 결론이 나자 아예 물품의 수령에 대해 '무응답'으로 대응해 사실상 지원을 거절했다.



이런 불만과 함께 북한은 남한 당국에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북남공동선언들을 이행해야 한다"며 한미 공조가 아닌 민족 공조를 하라고 지속해서 압박했다.
특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 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갖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예 남측 당국에 "우리의 입장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춰야 하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미국이 아닌 북한 편이 되라고 노골적으로 선택을 요구했다.



지난해 연초 시작된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측 당국을 향해 이런 불만을 쏟아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포스트 하노이' 노선을 선언하면서 마치 그동안 참았던 남측 당국에 대한 불만을 작심하고 직설적으로 토해내고 있어서, 하노이 회담 결렬의 충격으로 그동안 쌓인 남측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그런가 하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배신적 행위', '군사분야 합의 위반행위'라며 향후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평통 명의 대남 비난 역시 작년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의 봄'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미·대남 외교를 총괄해온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하고 장금철로 교체하는 등 대남 라인을 재정비하며 쇄신에 나선 후 나온 대응이어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가 풀리기 쉽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현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으로서는 기댈 언덕이 남한뿐인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평화와 협력의 대남기조를 유지하며 남북 간 협력의 끈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도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 협력 관계로 전환시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 앉겠다"며 4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추진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러정상회담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주시하며 이를 토대로 남북 간 대화가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모색 중이어서 머지않아 남북대화를 위한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남측에 대한 강온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면서 "대미 압박 차원에서도 남측을 외면하거나 포기할 수 없어 북러 정상회담 후 남측에 메시지를 보내며 국면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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