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 부활절테러 사전경고"…스리랑카, 내부분열로 대응실패(종합)
WSJ "공격 준비징후 포착 경고"…스리랑카 정치갈등으로 정보공유 못 해
(뉴욕·뉴델리=연합뉴스) 이귀원 김영현 특파원 = 부활절인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와 관련해 미국과 인도 정보당국이 스리랑카 정부에 사전 테러 경고를 전달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연쇄 폭발 테러 발생 전인 지난 4일 미국과 인도의 보안당국으로부터 '스리랑카에서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스리랑카 정부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경찰청장도 지난 11일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자살폭탄테러 가능성을 간부들에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테러를 막지 못했다. 그동안 테러 정보를 제공한 국가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당시 테러 정보에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현지 급진 이슬람조직인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가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스리랑카 보안당국은 지난 9일 스리랑카 경찰에 회람한 정보에서 NTJ를 지목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NTJ에 의한 테러 위험 가능성이 있으니 이 단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경찰에 주문했다는 것이다.
NTJ가
이처럼 구체적인 정보가 입수됐음에도 스리랑카가 테러 대응에 실패한 것은 정치적 분열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하는 등 극심한 정치 혼란에 시달렸다.
위크레메싱게는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이라며 버텼고, 결국 라자팍사는 두 차례나 의회 불신임을 받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정쩡하게 정치 상황이 수습된 뒤에도 스리랑카의 내분은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크레메싱게 총리 측은 이후 국가 안보 관련 정보에서 배제됐고 양측이 관할하는 부처 간에는 정보 교류도 단절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테러와 관련한 사전경고 관련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측 한 장관은 "총리는 사전경고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최고 안보 회의 등에서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나라로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을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1일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는 물론 동부 해안 마을까지, 교회와 호텔 등 8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최소 321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인 라지타 세나라트네는 테러 배후로 NTJ를 지목하고 "NTJ 같은 작은 조직이 이번 일을 모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국제 테러조직의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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