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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원피스에 흰색 두건…영화로 태어난 캐릭터 '베카신!'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초록 원피스에 흰색 두건, 그리고 빨간 우산을 든 여성. 분명 어디선가 본 모습인데, 이름은 낯설다.
이 캐릭터 이름은 '베카신'(Becassine). 1905년 프랑스의 화가 조제프 팽숑과 작가 코머리가 주간지 빈 페이지를 메우기 위해 베카신이 주인공인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연재는 30년 동안 이어졌고 단행본도 30여권으로 출간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가 된 베카신은 20세기 초 전기와 전화, 영화의 발명을 경험하고 자동차 운전을 즐기며 비행기를 조종해 뉴욕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 여행을 떠나는 등 유럽의 20세기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동글동글한 베카신 모습은 프랑스 국민 캐릭터 '땡땡'(Tintin) 그림체 시초가 되기도 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베카신!'은 엉뚱하고 발랄한 베카신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특히 베카신과 그가 돌보는 아이 룰로트와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췄다.
베카신은 이와 연결된 실을 문에 묶어 흔들리는 이를 뽑아 이빨 요정을 기다리고 삼촌이 사냥에 나선다고 하자 숲속 동물들에게 '도망가라'는 편지를 써서 뿌리는 엉뚱한 소녀다.
성인이 된 베카신(에밀린 바야르트 분)은 일거리를 찾아 꿈의 도시 파리로 향한다. 가는 길에 후작 부인 집에 입양된 아기 룰로트를 본 베카신은 보모로서의 재능을 보이며 저택에 특별채용 된다.
룰로트와 정이 든 베카신은 저택에 눌러앉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재산을 노리는 마리오네트 놀이꾼이 저택을 찾으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만화가 원작인 만큼 한편의 만화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가슴은 앞으로 내밀고 엉덩이는 뒤로 뺀 채 오리처럼 걷는 베카신 모습부터 '아멜리에' 등에서 본 프랑스 영화 특유의 선명한 색감과 엉뚱한 상상력이 화면에 표현됐다.
베카신의 초록색 원피스와 빨간 우산, 노란색 자동차, 까만 밤하늘을 둥둥 떠가는 빨간 풍등 등 원색의 향연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배경이 되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푸근하고 따뜻한 정취도 풍부하게 담겼다.
다만 단편 만화로 오래 연재한 내용을 영화로 옮긴 점은 단점일 수도 있다.


배우로도 활동하는 브뤼노 포달리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베카신!'에서도 마리오네트 놀이꾼으로 출연해 능글맞은 연기를 펼친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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