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종파주의 확산에 탄압받는 소수 종교
인종적-종파적 정체성이 종교적 공존 가로막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근래 인종적, 종파적 정체성을 부르짖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 소수 종교세력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근래 주류 세력의 종교적 정체성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의 영향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세속주의가 약화하고 있다면서 스리랑카 테러는 종교적 공존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우 힌두 민족주의 집권당이 투표에 유권자들의 신앙을 이용해 종교집단간의 대립을 부추기면서 상대적 소수인 무슬림 주민들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으며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 부족을 상대적으로 공포의 인종청소 작전을 주도해오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의 경우 전통적으로 온건 노선을 추구해왔던 무슬림 정치인들이 보수진영의 표를 얻기 위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에서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종파주의 정치가 이번 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의 기독교도들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의 소수 종교계 주민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근래 기독교는 동남아 및 남아시아 지역에서 점증하는 공격의 목표물이 돼왔으며 스리랑카의 경우 아직 테러 공격의 배후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전체 주민의 6%에 불과한 기독교계가 주공격 목표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다짐하는 세력들이 교회에 폭탄 공격을 가한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 인도국민당(BJP)은 무슬림과 함께 기독교계 소수 주민을 '목표'로 삼아왔으며 기독교의 경우 과거 영국 식민주의 시대의 상징적 관련성이 적대감의 배경이 돼왔다.
미얀마에서는 역시 소수 기독교도가 로힝야 부족에 이어 자신들이 불교도 장성들의 다음번 목표물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다수인 불교도들이 자신들이 탄압받았던 영국 식민통치 시대를 언급하며 기독교와 무슬림 등 소수 종교계 주민들을 식민시대의 유물로 비하하고 있다.
식민통치 시절 과격 기독교도들이 스리랑카 불교도들이 개종하도록 억압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앞서 부활절 성(聖)주간이 시작되는 종려주일에는 스리랑카 싱할라족 불교도 군중들이 한 도시의 감리교회 건물에 모여들어 돌과 폭죽을 던지는 바람에 신도들이 교회 내에 갇히기도 했다.
지난해 칸디시(市)에서는 극단주의 불교도 승려들의 자극적인 발언으로 싱할라족 군중들에 의한 일련의 반무슬림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최대도시 콜롬보에서 활동 중인 로마 가톨릭 인권운동가 루키 페르난도는 타임스에 무슬림과 가톨릭교도들이 오랫동안 스리랑카에서 박해를 받아왔으나 현재의 공격 규모와 범위와는 비교가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도 전체 인구의 약 2%인 3천만명 규모의 인도 가톨릭은 지난 2014년 BJP가 집권한 후 입지가 더욱 좁아졌으며 BJP는 외국자금을 받아 활동하는 단체를 정리한다며 가톨릭 자선재단 등을 폐쇄 조치했다.
BJP 측은 이들 단체가 개종을 부추긴다고 비난해왔다.
또 인도 북부의 한 도시에서는 과격 힌두교도 단체가 학교들에 편지를 보내 만약 교실 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경우 보복이 있을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이들 동남아와 남아시아 지역은 최근 다수의 현지인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에 '비옥한' 토지가 돼왔다.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기독교도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근래 정계의 '종교화'가 심화하면서 소수 종교세력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고 있으며 무슬림 종교세력의 발호에 온건파 정치인들도 속수무책인 가운데 수백개 교회가 문을 닫아야 했다.
기독교도인 자카르타 전(前) 지사는 이른바 불경죄로 20개월을 복역하고 올해 석방됐으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그를 보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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