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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검사기구 수장 황철규 고검장 "최순실·조현천 수사공조"
9월 '검찰판 인터폴' 국제검사협회 회장 취임…세계 검찰총장회의 복원 계획
"최순실 스위스 은닉재산·조현천 행방 추적 국제공조로 성과 기대"
취임 후에도 국내서 검찰업무 병행…"'묻지마 범죄' 재발 방지에 최선"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임순현 기자 = "미국으로 도주한 뒤 행방이 불명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나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스위스에 숨겨 둔 재산은 국제 수사공조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국가 수사기관이 얼마나 협조해줄지는 의문입니다. 말로만 찾아준다 하고선 (관련 서류를) 캐비넷에 넣어두기 일쑤죠. 국제검사협회(IAP)를 통한다면 수사공조의 틀을 잡는 데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연례총회에서 IAP 회장에 취임하는 황철규 부산고검장은 "IAP는 각종 범죄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과 돈, 증거를 초국가적으로 원활한 협력을 통해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180여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한 검찰 관련 유일한 국제기구인 IAP를 3년 동안 이끌어갈 황 고검장을 지난 19일 부산고검 사무실에서 만나 국제 수사공조 강화를 위한 향후 계획과 한국 검찰의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95년 출범한 IAP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협의 지위를 부여받아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과 협력하는 국제자문기구다. 황 고검장은 "우리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체지만 '검찰판 인터폴'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폴 관계자가 IAP 회의에도 자주 참석해 주로 국제 테러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IAP는 인터폴과 달리 구체적인 국제 수사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다. 궁극적으로는 인터폴과 같이 구체적인 권한을 갖는 국제기구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AP를 통한 국제 수사공조가 시급한 분야는 테러와 인신매매, 마약, 사이버 범죄 등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국제 수사공조 수준만으로는 국경을 자유롭게 뛰어넘는 이 같은 범죄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 황 고검장의 생각이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범죄, 남아메리카의 마약범죄 등은 이제는 국제 공조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범죄가 됐다"며 "IAP의 기존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실질적인 공조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AP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황 고검장은 이를 위해 2011년 이후 중단된 세계 검찰총장 회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을 위해 유명무실화된 세계 검찰총장 회의를 활성화하겠다"며 "검찰총장 등 각국의 검찰 수장이 모여 '원 포인트'로 국제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소위 '고위급 라인'을 통한 실질적인 수사공조가 공식 외교라인을 통한 수사공조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황 고검장은 "2017년 덴마크로 도주한 정유라씨를 국내로 송환하는 과정에서도 IAP 집행위원인 덴마크 대검찰청 차장 무하마드 핫산의 도움이 많았다"며 "외교를 통한 범죄인 인도 과정에서도 이런 고위급 라인을 통해 국제 수사공조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고검장은 9월 회장에 정식 취임한 후에도 IAP 본부가 설치된 네덜란드 헤이그가 아닌 국내에 머물 계획이다. IAP 수장이라는 책임이 막중하지만 한국 검찰로서의 본분에 잠시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부산고검 관할 내에서 발생한 '진주 방화살인 참사'에도 비록 수사지휘에 나서지는 않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황 고검장은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자가 완벽하게 피해회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묻지마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에도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황 고검장의 취지에 공감해 IAP 회장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대검 국제협력단을 통해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황 고검장은 "대검 차원에서 회장 업무를 최대한 지원해주겠다고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해주는 등 선거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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