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 고구려사신 벽화 앞 文대통령 "양국 교류 역사 깊어"
우즈베크 아프라시아브 박물관 시찰…"원본 보게 돼 감회 새로워"
우즈베크 가이드 잘못된 설명 바로 잡아주기도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역사·문화 유적지인 사마르칸트를 찾았다.
이날 방문에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도 동행했다.
양국 정상 내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5세기 티무르왕의 손자 울루그벡이 만든 천문대였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티무르 왕이 최연소 왕이었는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부연하는 등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시기와 울루그벡이 사마르칸트를 통치하던 시기가 같다는 우즈베키스탄 가이드의 말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 대통령은 울루그벡이 만들었다는 천문표를 보면서 "천문표가 세종대왕과 같은 시기에 도입됐는데, (이를 보면) 그 시기에 (양국이) 천문학까지도 교류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 시기가 한국 왕조 시기에서 가장 융성했던 시기"라고 부연했다.
가이드가 "한국 광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경주"라며 이를 고쳐주기도 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아프라시아브 박물관 내 벽화실이었다.
이곳에 있는 궁전벽화는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져 있어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가이드가 고구려 사신이 나오는 부분을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고구려 사신이 있는 곳을 찾아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사신이) 쓴 관에 새 깃털이 있는데 이것이 고구려의 특징이라는 것을 중국 전문가가 확인했고, 차고 있는 칼도 고구려 것이어서 고구려 사신이 이 시기에 사마르칸트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양국 교류의 역사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국빈방한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벽화의 사본을 본 것을 언급하며 "실물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곧이어 벽화 앞에서 양 정상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우즈베크 문화유산 교류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이 진행됐다.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벡조드 율다셰브 우즈베키스탄 과학 아카데미 장관이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한국 정부가 아프라시아브 박물관 관람환경 개선 사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체결식 기념촬영 후 가이드에게 "(벽화에) 사용된 안료와 물감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조명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색채를 잘 보존하고 안료 분석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보존인데, 습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벽화 관람을 마친 문 대통령은 레기스탄 광장으로 향했다.
실크로드 문명의 유래를 듣던 문 대통령이 "한국에서 간 비단과 종이도 있었다"고 말하자 가이드는 "당시 한국에서 온 비단이 말 3마리와 바꿨을 정도로 비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전통 공예품과 전통악기를 파는 상점에도 들렀다.
뽕나무 종이에 대한 설명을 듣던 문 대통령은 상점 주인에게 "이게 그 유명한 사마르칸트 종이인가"라며 "한국 닥나무 종이랑 (만드는 방법이)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티무르 왕의 묘였다.
우즈베키스탄 측이 준비한 태블릿 PC를 티무르 제국 지도에 비추자 과거 티무르 제국에 대한 설명이 상영됐다.
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은 가이드에게 "훌륭한 가이드였다"고 칭찬하고 문화재 시찰을 마쳤다.
honeybee@yna.co.kr,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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