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측근 증세연기 발언에 '중·참의원 동시선거설' 확산
하기우다 대행 돌출발언에 '중의원 조기해산후 동시선거' 관측 나와
아베, 과거 2차례 증세 연기 후 선거 압승…조기 선거땐 야권에 불리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측근의 갑작스러운 '증세 연기' 발언으로 일본 정계에서 올 여름 중의원·참의원 동시 선거설(說)이 확산하고 있다.
선거에 호재인 증세 연기를 발표한 뒤 아베 총리가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참의원 선거와 동시에 중의원 선거를 실시해서 향후 정국의 주도권 유지를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1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최측근 중 한명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대행은 전날 한 인터넷 방송에서 ""증세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증세 계획을 돌리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있다. 만에 하나 경기가 후퇴한다면 무엇을 위한 증세인가"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오는 10월 계획하고 있는 소비세 증세(8%→10%)의 연기를 주장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은 곧바로 계획대로 증세하겠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기우다 대행 자신도 이날 "개인 견해로, 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 없다. (총리) 관저와 사전 협의 없이 한 발언이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커지고 있다.
하기우다 대행이 아베 총리의 '대리인'으로 불릴 만큼 정권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어서, 그의 발언이 아베 총리와 조율을 거쳐 의도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아베 총리와 같은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 소속인 그는 2015~2016년 관방부(副)장관을 역임한 아베 총리의 '복심'이다. 그는 아베 총리와 함께 사학스캔들에 연루되기도 했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는 여당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소비세율을 인상 일정을 2차례나 늦췄다. 대중에게 인기가 없는 증세 정책을 뒤집은 뒤 이를 선거의 쟁점으로 활용했고 그때마다 승리를 거뒀다.
자민당은 2015년 10월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하기로 했다가 2017년 4월로 연기한 뒤 치른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또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다시 소비세율 인상을 2019년 10월로 늦추고 대승을 거뒀다.
교도통신은 하기우다 대행의 발언과 관련해 "관저와 얘기를 맞춘 뒤 나온 발언"이라는 각료 경험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정치권에서 증세 연기론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아베 총리의 증세 연기 결단 후 자민당이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경우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4연임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의 추가적인 장기 집권이 가능해지면 임기 내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가능국가로 바꾸겠다는 계획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통신에 "증세 연기에 이은 중의원 해산으로 정권 운영의 '프리 핸드(재량권)'을 얻으려는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통해 중의원 선거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중의원 선거는 사실상 집권당을 정하는 선거다.
만약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면 지지율이 미미한 채 여러 정당으로 나뉘어 전열이 흐트러진 야권에 불리하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지난 17일 차기 중의원 선거의 소선거구에서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야권 연대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다른 야당들과의 연대에 소극적이던 에다노 대표가 언제일지도 모르는 중의원 선거에서의 야권 연대를 밝히고 나선 배경에는 아베 정권 내의 조기 중의원 해산 움직임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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