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따랐더라면 큰일날뻔' 트럼프 구해낸 참모들
맥갠, 특검 해임 지시 거부 등 수차례 갈등
WP "지시 실행않아 특검이 사법방해죄 판단 못해"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서 탄핵과 직결될 수도 있었던 사법방해죄 기소를 면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지시 이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는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나 불화를 무릅쓰고 범법행위로 볼 수 있는 지시를 불이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 적용을 피하는 데 기여한 일화들을 특검 보고서를 인용해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갈등 끝에 작년 가을 백악관을 떠난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17일 맥갠 고문에게 뮬러 특검이 이해 충돌 문제에 걸려 있으니 특검직에서 물러나도록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게 지시하라는 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시 이행 대신 사임 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백악관에서 짐까지 쌌지만 이를 전해 들은 다른 백악관 참모들의 만류로 사임에 이르진 않았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맥갠 고문은 2008년 1월 '뮬러 해임 시도'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를 부인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역시 따르지 않았다.
맥갠 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 집행기관에 간섭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법무부와 직접 소통해선 안된다고 조언하며, 이런 행위는 법률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구한 다른 변호사'라는 기사에서 "특검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맥갠 고문에게 빚을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사례는 맥갠 고문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2월 제프 세션스 전 장관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점을 들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를 기피한 이래 갈등을 빚었고 결국 트윗으로 경질 통보를 할 정도로 앙금이 쌓였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캠프 참모였던 코리 르완도스키에게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을 접촉해 뮬러 특검 수사범위를 축소시킬 것을 요청하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르완도스키는 세션스 전 장관을 직접 접촉하는 대신 중개인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 중개인 역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이 메시지가 세션스 전 장관에게 가진 않았다.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세션스 전 장관의 사직서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받았지만 역시 따르지 않은 인물이다.
2017년 1월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고도 허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경질됐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플린이 키슬략과 제재문제를 논의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내부 서한의 초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지만 맥팔런드는 이 내용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당시 한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의 요구는 맥팔런드가 제안받은 싱가포르 대사직에 대한 대가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