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러시아 손잡고 석유팔아 현금조달…美제재 회피"
러시아 "국제법 위반"…미국의 對베네수엘라 제재에 공개적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미국의 압력에 직면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러시아와 손잡고 제재를 피해 원유를 팔고 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마두로 대통령이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티를 통한 석유 거래로 현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익명의 취재원과 자체 확인한 문서를 토대로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거래는 로스네프티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와 구매자를 매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상 석유 거래는 마무리까지 30∼90일이 걸리지만, 로스네프티는 PDVSA로부터 청구서를 받는 즉시 할인가격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나중에 석유 구매자로부터 제 가격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인도 석유 기업 릴라이언스 등이 베네수엘라 석유 대금을 로스네프티에 지불하는 이런 계획에 참여하도록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PDVSA는 미국이 규정한 제재 대상이며 보도대로라면 돈줄을 차단해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려는 미국의 구상에 빈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을 더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쿠바, 니카라과와 함께 폭정을 펼치는 3개국으로 규정하고 이들 국가의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올해 1월 PDVSA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국영 개발은행인 반데스와 반데스가 우루과이·볼리비아에서 소유하고 있거나 통제하는 자회사 4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현지시간 5일 미국 휴스턴 라이스대학의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에서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베네수엘라인의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선박을 "그 부패한 정권의 명줄"이라고 비난하는 등 여론전도 벌이고 있다.
미국 외에 유럽연합(EU) 주요국가, 브라질, 콜롬비아를 포함한 중남미 우파 정부 등 약 50개국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포위망 좁히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마두로와 맞서고 있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외에 좌파 진영인 쿠바와 볼리비아 등은 '마두로 지키기'에 나섰다.
특히 러시아는 PDVSA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놓고 반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가 PDVSA에 대한 미국 제재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비난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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