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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노인·여성·아이만 당했는데 '묻지마' 범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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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노인·여성·아이만 당했는데 '묻지마' 범죄라고요?"
전문가 "관례적으로 '묻지마' 붙일게 아니라 대체 용어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세연 곽효원 황예림 인턴기자 =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이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가운데 이런 유형의 범죄에 '묻지마'란 수식어를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문이 SNS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안모(42)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흉기 난동으로 숨진 피해자는 70대 남성 1명, 60대·50대 여성 각 1명, 19세·12세 여학생 등 모두 노인, 여성, 어린이였다.
사건을 목격한 일부 주민은 "덩치가 커 힘깨나 쓰게 생긴 주민은 안씨가 지켜보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언론은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쉬운 약자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하면서도 '피해자가 무차별적으로 선정됐다'란 의미의 '묻지마 살인', '묻지마 칼부림' 등의 표현을 사용해 보도했다.
사회적·신체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에 '묻지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부산 모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20대 남성이 공부하던 여성(20)의 왼쪽 옆구리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나 지난해 11월 경남 거제에서 술 취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70대 할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지난해 12월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20대 남성이 산책하는 노인(84·여)을 폭행한 사건 등 가해자가 자신보다 힘의 우위에서 약자의 입장에 놓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에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을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해 온 것.

이러한 관행적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번 진주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SNS상에서 일고 있다. 'platits*****'란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는 "물어보면 다 이유가 있고 피해자도 물리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약자로 머리를 굴려 계산한 후 (골라서) 흉기를 휘두르는데 이러한 의도적인 살인에 어떻게 '묻지마'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둑*'란 아이디는 진주 난동 사건에 대해 "만만한 상대만 고른 선택적 살인입니다. 묻지마 살인이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starla***'이란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는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자신이 제압할 수 있는 약자만 노려서 자신의 불만을 공표하고 해소하려고 한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주장했고,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의 한 이용자는 "진주 난동 사건은 묻지마 테러가 아니라 약자혐오 테러라고 언론에 지적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묻지마'라는 단어를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가해자가 몸집이 큰 사람은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나 여성 대상 범죄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언론에서 '묻지마 범죄'란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이런 사건을 그저 한 개인의 일탈에 의한 범죄로 국한하면서 범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정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는 보통의 범죄와는 다른 범죄라는 점에서 나름의 효과가 있는 표현"이라면서도 "다만 범죄자가 대상을 식별해 결국 약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에 대해 묻지마 범죄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범죄에 대해 더 세분화된 용어를 사용해야 하며, 더 나은 용어를 개발하는 것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8일 오전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진주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증오범죄로 보이는 범행"이라고 표현하며 "하나하나 되짚어 그 결과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불이익당해 화났다"/ 연합뉴스 (Yonhapnews)
se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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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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