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듯"…노트르담 대성당의 처참한 내부
현장에 있던 신부 "완전한 혼란이었지만 영웅적 행동으로 기적 이상의 일 일어나"
목격자들 "'장미 창' 온전히 보전됐지만 일부는 검게 그을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첨탑이 무너져 내린 곳에 뻥 뚫린 천장의 커다란 구멍, 붕괴한 지붕의 잔해와 돌무더기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뒤 16일(현지) 성당 내부의 일부를 취재한 프랑스 언론들이 전한 처참한 상황이 화재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프랑스 공영 AFP통신은 "기자들은 성당의 주 출입문 중 하나를 통해 안쪽의 그을린 잔해와 돌무더기 등 피해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희망적이게도 성당의 뒤쪽의 황금색 십자가가 빛 속에 꿋꿋이 빛나고 있었다"고 전했다.
노트르담 성당의 필리프 마르세트 신부는 화재가 진압된 뒤 처음으로 성당 내부로 들어간 사제 중 하나다.
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날 내부를 둘러본 뒤 "850년 전에 지어져 전쟁과 폭격까지 견뎌낸 성당인데, 마치 폭격을 당한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전날 저녁 미사가 끝난 직후 성당 지붕 위에서 불길이 처음으로 확인됐을 때를 돌이키면서는 "지옥과 같았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계속 봤어요. 완전한 혼란이었죠. 그런데 거기에 나 자신이 휩쓸리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어요."
31년 전 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는 그는 프랑스 문화유산의 최고봉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노트르담 성당에 불어닥친 불운에 망연자실해 하면서도, 소방대와 사제들, 교회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대재앙을 면할 수 있었음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적 이상이었고, 영웅적인 행동이었어요"
화재 발생 당시 대성당 안에는 가시면류관과 성 십자가, 거룩한 못 등 가톨릭 성물과 예술품 다수가 보관돼 있었지만, 소방관과 경찰, 성직자,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시청 관계자들이 대성당으로 달려가 '인간 사슬'을 만들어 성당 내부에 있던 유물들을 꺼냈다.
화재의 열기로 천장에서 납이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헌신한 사람들 덕분에 가시면류관과 13세기 프랑스 루이 9세(생 루이)가 입었던 튜닉(상의) 등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목재로 이뤄져 '숲'이라 불리던 13세기 지붕 구조물은 결국 소실됐다.
'장미 창'으로 불리는 성당 내부의 3개의 화려한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도 모두 온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모두 13세기 작품들로 가톨릭 미술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 앵테르 방송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장미 창들이 모두 온전히 보전됐지만 일부는 검게 그을렸다고 전했다.
파리 교구의 파트리크 쇼베 교구장은 유리를 연결하는 납이 녹아내려 일부 장미 창을 분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르 몽드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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