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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목표" 원전해체산업 시동…고리 1호기 해체 '발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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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목표" 원전해체산업 시동…고리 1호기 해체 '발판'(종합)
정부,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 발표…선심성·실효성 논란도
세계 549조원 시장…전문기업 육성·500억원 펀드 조성·해외진출 지원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정부가 다가오는 글로벌 원전산업해체 시장 확대에 대비해 원전해체산업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건설·운영에 한정된 국내 원전산업을 해체·폐기물 관리 등으로 확장해 원전산업 전(全) 주기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203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 점유율을 약 10%까지 늘려 세계 5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국내기술이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 뗀 단계인데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고 성난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원전해체산업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549조원으로 추산된다.
시기별로 보면 2017∼2030년 123조원, 2031∼2050년 204조원, 2051년 이후 222조원이다.
국내 해체시장 추정 규모는 30기를 기준으로 최소 22조5천억원이고 2030년 이전까지 원전 12기의 설계수명이 끝나면서 시장도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국내 원전산업은 건설·운영에 치중해 있고 해체 등 사후 관리 분야는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실험로를 통해 해체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실제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없어 선진국에 비해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기반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국내 원전해체산업의 도약을 위한 첫 단추는 고리 1호기가 될 전망이다.
2017년 6월 상업운전 시작 40년 만에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의 해체 물량을 조기 발주하고, 기술 고도화·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해체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자금지원을 강화하는 등 원전해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기업의 초기 일감을 창출하고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고리 1호기 해체 착수 이전이라도 해체 사업을 세분화해 해체 준비 시설 등 가능한 부분부터 조기 발주에 들어갈 방침이다.
올해부터 고리 1·2호기 터빈 건물 격리공사, 월성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작성 사전용역 등 25개 사업이 사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전해체연구소를 신속하게 설립하고 관계부처, 관련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기술 고도화·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산업부는 2021년 하반기까지 국내 첫 원전해체연구소를 원전 밀집 지역인 동남권의 부산·울산, 경주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부산·울산 접경지역인 고리원전 안에 들어서는 원전해체연구소는 경수로 분야이고, 경주 감포읍 일원에 설치되는 것은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수로해체기술원이다. 국내 원전 30기 가운데 26기가 경수로이고 나머지 4기가 중수로이다.
원전해체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업 육성 정책도 나왔다.
국내에 원전해체 기술을 가진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가 사업 물량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여서 사전 투자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국내 원전기업이 해체 분야로 사업을 전환해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 기반, 인력, 금융 등 종합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과 협력해 인근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기업집적과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하고, 해체수요에 맞게 기존 원전인력의 단계적 전환을 유도하는 등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경주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원자력협력재단, 지역별 테크노파크, 대학교 등과 협력해 2022년까지 1천3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500억원 규모의 '원전기업 사업 전환 펀드'를 조성하고 금리·대출을 지원하는 등 재정적 지원도 뒤따른다.
원전해체는 경험이 중시되는 산업이다.
국내 기업은 고리 1호기 해체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 진도에 맞춰 3단계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세웠다.
우선 2020년대 중반 선진국 단위사업을 수주하고, 2020년대 후반에는 원전 운영 경험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3국에 선진국과 공동진출을 도모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2030년대 이후에는 대만, 체코 등 제3국 단독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육성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을 함께 닦는다.
전문기업 확인제도 운용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신설하고 안전기준을 명확화하는 동시에 해체 세부기준 조기 마련을 추진한다.
아울러 원전해체로 발생하는 폐기물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함으로써 대국민 이해와 신뢰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 203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국내 원전해체산업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원전해체연구소를 해체산업 육성의 구심점으로 활용해 원전기업의 일감을 창출하고 원전 주변 지역의 경제활력 제고를 지원하는 한편, 국내 원전의 안전한 해체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놓인 부·울·경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원전해체산업이라는 대체재를 내놓았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 이 산업이 실익을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인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추산한 원전해체시장 규모(549조원)는 정확한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모호한 추정치"라며 "원전인력을 원전해체인력으로 전환한다는 대안 또한 의사에게 장의사가 되라는 격으로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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