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벌점 엄포에도 대구시 신청사 유치 현수막 철거 '0건'
기초단체 4곳 현수막 빽빽, 철거는 눈치만…"굳이 먼저 나설 이유 없어"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나선 기초단체 4곳이 거리 곳곳에 빽빽이 내건 홍보 현수막 철거를 두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이전 논의를 주도할 대구시 신청사 건립추진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가 과열 유치행위 방지를 위해 과도한 현수막 게시 등에 불이익(벌점)을 준다며 설치 기준을 밝혔지만 "굳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는 등 이유로 솔선해 현수막을 철거한 지자체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17일 시청 신청사 유치에 뛰어든 중구와 북구, 달서구, 달성군에 따르면 현재 4개 지자체 주요 거리마다 신청사 유치 타당성 등을 적어 놓은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구청이 자체 제작한 것도 있지만 주민 또는 민간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내건 것도 있다.
특히 중구와 달서구 2곳은 청사 전면에 신청사 건립을 희망하는 대형 현수막도 걸어놨다.
북구와 달성군은 관내에 신청사 유치를 위해 내건 현수막이 130∼20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구와 달서구는 아직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 못했다.
공론화위원회는 현수막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정책 안내 목적에 한해 구·군별로 지정 게시대 5곳에만 설치하도록 허용했다.
단 제보를 받아 구·군에 시정 요청을 할 경우 24시간 안에 기준을 초과한 현수막을 제거하면 감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공론화위원회에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 없어 중구 등 4개 지자체는 기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 지자체 측은 "공론화위원회가 시정 요청을 하지 않아 홍보 현수막을 그대로 놔두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굳이 먼저 철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사 전면에 대형 현수막을 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철거 요청은 받지 않았다"며 "상황을 지켜본 후 대응할 계획이다"고 했다.
대구시 측은 "공론화위원회 방침에 따르면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구·군에 현수막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며 "다만 유치전에 뛰어든 각 지자체가 현수막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오는 25일 8개 구·군 기초단체장과 의회 의장 등이 참석하는 '신청사 건립 성공 추진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협약 체결 외 과열유치행위 방지를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마련한 기존 계획을 다소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 방안이 시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 의견이 나와 금지 행위를 완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3년 도심인 중구 동인동에 건립한 시청사는 시설이 낡고 업무·민원 공간이 부족해 신축 또는 이전 논의가 계속돼왔다.
이에 시는 지난 5일 전문가 등 19명으로 구성한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또 오는 10∼11월 8개 구·군을 상대로 후보지를 접수한 뒤 12월에 시민참여단 평가를 거쳐 최종 건립 부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북구, 달서구, 달성군 3곳은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신청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구는 상권 타격, 도심 공동화 등을 우려하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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