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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앙은행'…ECB총재 "연준 독립성 훼손 말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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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앙은행'…ECB총재 "연준 독립성 훼손 말라" 비판
트럼프 입김 둘러싼 우려…IMF, 에르도안에 개입자제 촉구
경기둔화에 정치화 추세…"글로벌 인플레 대처불능 올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두고 전문가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논란에 직접 가세했다.
드라기 총재는 전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 참석해 "중앙은행 독립성이 특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할구역'(Jurisdiction·미국)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지 않다면 사람들은 통화정책 결정이 경제전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정치적 조언을 따른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물가·고용 안정과 같은) 자신들의 임무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을 선택하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중앙은행 수장들이 정치나 자신의 관할권 밖에 있는 국가의 경제에 대한 발언을 꺼린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 발언이라는 평가다.
나아가 지구촌에서 고조되고 있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장이 예사롭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방증하는 풍경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정책,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나 보유자산 축소와 같은 긴축정책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이 줄고 주식가격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이 악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가에서 연준이나 파월 의장에 대한 인식은 사뭇 다르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 설문에서 월스트리트 기업들 3분의 2 정도가 연준의 효율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에 대한 평점은 3.6으로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전 의장이 기록한 3.2점을 상회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고려하다가 법률적, 정치적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뒤 자신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인물들을 통화정책을 결정할 연준 이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행정부의 직접적 압박이나 개입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저금리를 중심으로 한 대중영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 사실상 중앙은행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기침체와 함께 심한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지속적 물가상승)까지 겪고 있는 터키에서는 불안한 통화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주만나 베르셋체 IMF 유럽담당 국장은 "터키가 직면한 난제 가운데 하나는 중앙은행이 완전히 독립해 여건 변화를 전망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측정해 정책을 다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집권정파를 결정하는 의회 총선거를 앞두고 수개월간 집권당과 갈등을 빚던 중앙은행 총재가 돌연 사임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부터 완화적인 금융·통화정책을 펼치라는 압박을 받다가 작년 12월에 사임했다.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인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 교체는 세계 각국에서 계속되는 중앙은행에 대한 독립성 침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가 호조일 때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한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정책에 한계를 느끼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더 많이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불변의 명제처럼 본격적으로 힘을 얻은 것은 1990년대부터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앙은행이 독립적일 때 인플레이션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래리 서머스, 알베르토 알레시나의 1993년 논문을 그 기점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통신은 1990년대 이후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상승 목표치라는 개념이 규범 또는 최소한 공통의 염원으로 세계에 퍼졌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준 의장과 같은 인물은 중앙은행이 설립 취지에 토대를 두고 독립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때 경제가 더 잘 작동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현재 목격되는 정부의 중앙은행 압박이 세계 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무덤에서 되살아나면 힘이 빠진 중앙은행이 대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오늘날 중앙은행들의 정치화가 무서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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