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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2.0'…진화하는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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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2.0'…진화하는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
알제리·수단 반독재 시위, 8년전 대비 외연 확장…'한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최근 알제리, 수단 등에서 번진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SNS에서 떠도는 사진 한장이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정상회의에서 찍힌 이 사진에는 왼쪽부터 튀니지의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등 6명의 독재자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인물들에는 모두 빨간색 X 표시가 돼 있다. 이들 모두 축출됐다는 의미다.
일렬로 늘어선 인물들 가운데 왼쪽에 선 네 명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여파로 쫓겨났고, 오른쪽 끝의 두 명은 이번에 물러난 인물들이다.
알제리를 20년간 통치했던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은 민심에 밀려 지난 2일 사임했고, 30년을 집권한 수단의 바시르 전 대통령 역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끝에 지난 1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번 시위가 2011년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아랍의 봄' 시위의 연장 판 또는 '아랍의 봄 2.0'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4일 미 시사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알제리, 수단에서 일어난 이번 시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와 비교해 몇 가지 면에서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우선 시위 참가자들의 외연이 확장됐다.
주로 젊은 활동가, 대학생 위주였던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조직, 단체가 시위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단의 경우 '수단전문직업협회(SPA)'라는 단체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의사, 교사, 엔지니어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
중산층 집단과 심지어 군부 인사의 자녀들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수단 군부가 시위를 폭력 진압하지 않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여성들이 시위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도 큰 특징이다. 최근 SNS에서 흰색 드레스 차림의 한 여성이 군중 사이에서 손을 들어 올려 시위를 이끄는 모습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 예다.


시위를 조직하고 확산하는 도구도 진화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가 확산하는 데에도 SNS나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지만, 이번 알제리와 수단 시위대는 훨씬 다양한 앱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며 시위를 조직적으로 이끌고 있다.
애틀랜틱은 이번 시위대가 2011년 아랍의 봄 사태에서 '군부를 믿지 말라'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고도 전했다. 이집트와 같은 시나리오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수단에서는 바시르 대통령이 물러난 뒤 군부가 정권을 잡았지만, 시위대는 "문민정부만 수용할 것"이라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알제리 역시 부테플리카 대통령 사임 후에도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계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NN은 '많은 오류(bugs)로 가득 찬 아랍의 봄 2.0'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가 방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지난 아랍의 봄 시위 때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아랍의 봄 사태 때에는 당시 오바마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는 자국 내 현안 해결에만 골몰하고 있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수단 시위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그들(수단 국민)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길 희망한다"면서도 "만약 정권 교체가 있게 된다면 외부 영향력이 아닌 그들 스스로에 의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서방의 무관심 속에 시민혁명으로 독재자가 물러난 자리를 성향이 비슷한 후계자가 슬그머니 물려받거나, 극단주의 세력이 권력을 쥐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또 소요 사태가 자칫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수단의 경우 군부 계층이 이슬람교도와 세속주의자, 이집트의 후원을 받는 집단과 사우디의 후원을 받는 집단 등으로 깊이 분열돼 있어 자칫 나라가 내전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y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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