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낙태 천국 될 것'이라고?…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인턴기자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인터넷에서 '낙태가 피임을 대신할 정도로 쉬워질 것'이라는 등의 글이 퍼지고 있다. 이런 얘기는 사실일까.
인터넷상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는 글은 낙태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 페이스북 이용자 'ji***lee'는 "(이제) 쉽게 낙태하려고 들겠다"고 말했고, 트위터 이용자 'Oris****'은 "낙태는 쉬워지고 죄의식도 옅어지고"라며 낙태가 일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태가 허용되면 낙태 수술을 받은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 뉴스 이용자 'evei****'는 "낙태한 기록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 결혼 전에 여자 의료기록 살펴봐야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낙태 시기와 사유, 낙태 부모 정보 등록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이는 배우자 선택에 필수적'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포털사이트 뉴스 이용자 'seil****'는 "성매매와 포르노도 합법화해라. 청소년도 자기결정권 존중해서 만13세부터 성인으로 취급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66년 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라는 결정 속에 사회적 혼란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낙태가 쉬워지면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통념과 실제 수치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원영석 대한산부인과협회 총무이사는 15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낙태를 합법화한 뒤에 낙태 수술률이 낮아졌고, 청소년의 불법시술로 인한 범죄율도 낮아졌다"며 "반면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낙태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불법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낙태 수술을 허용하면 문란해지거나 낙태 수술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실제 수치와는 다르다"며 "낙태 허용은 불법 수술로 인한 사망률과 범죄율을 낮추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관계자도 "2016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 임신 중절률은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나라보다 허용하는 나라에서 더 낮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 임신 중절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임신중절의 합법 여부가 아니라 낮은 피임률·성차별적인 사회구조·양육비용 및 보육 지원 제도의 부재 등"이라며 "인공 임신 중절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임신중절을 불법화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어야 한다. 낙태죄는 인공 임신 중절을 음성화했을 뿐 실제 중절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낙태가 합법이 되었다고 낙태가 쉬운 선택이 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your_ol*****'는 '낙태죄 없어지면 낙태 펑펑 할거라고? 위세척 불법아닌데 위세척 펑펑하는 사람 봤나요?'라는 글을 올려 1만8천회 넘게 공유됐다.
'낙태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원영석 총무이사는 "낙태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록은 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 본인의 허락 없이는 의료기록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kwakhy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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