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백무산 등 세월호 추모시, 시집으로 나온다
걷는사람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리는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걷는사람)가 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신경림, 나희덕, 백무산 등 중견 시인을 비롯해 김현, 양안다 등 젊은 시인의 시 38편이 실렸다.
지역으로 보면 강원도의 권혁소 시인에서부터 제주의 현택훈, 허유미 시인까지 참여해 세대와 지역 전체를 아우른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 /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 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신경림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부분)
'살아 있었다면 너는 더 먼 곳으로 여행을 갔겠지. 별을 세었겠지. 초여름의 신록을 입었겠지. 바닷물로 짠 수의 같은 건 절대로 입지 않았을 거야.'(김은경 '18세 - 2014.04.16' 전문)
'그래도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 입은 열어두어야 한다 /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돌아올 수 있도록'(나희덕 '문턱 저편의 말' 부분)
이번 시집에는 신영복 서체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 김성장 시인 및 다수 서예가가 참여한 캘리그라피가 시와 함께 실렸다.
이경자 소설가는 서문에 "팽목항의 푸른 바다 위에 돋은 304개의 별에게 빈다 / 용서하지 말라고…"라고 적었다.
'우리들의 수학여행'을 실은 현택훈 시인은 "모든 비극은 언제까지고 우리들 기억에 남아 살아남은 사람들의 앞길을 밝혀줄 것"이라고 바랐다.
김미정 서예가는 "유현아 시인의 시 '말 걸기의 어려움'을 쓰던 늦은 밤 이름 하나하나를 채워나가면서 마음속에서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며 "세월호의 슬픔을 기억하며 진실을 찾아내 그들 몫까지 감사하게 살고 싶어진다"고 이번 시집에 참여한 소회를 밝혔다.
걷는사람. 12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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