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계급사회…백인 간에도 '카스트' 차별"
白白 갈등 다룬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영미권 국가는 현대 민주주의를 전파한 본산이지만 우리가 어렴풋이 아는 것과 달리 여전히 계급사회로 인식된다.
특히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상징하듯 '기회의 땅'으로 알려진 미국 역시 심각한 차별이 존재한다. 인종, 학력, 성별,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진다. 겉으로는 차별에 반대하지만, 히스패닉이나 아시안 인종에 저학력 노동자라면 은근히 무시당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정치 헤게모니와 부를 백인 상류 지식층이 대부분 독점하는 구조인데, 워낙 공고해서 이를 깰 엄두조차 못 낸다. 과거 한국 같은 신흥국처럼 단순 시험으로 계층 사다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명문대 입학은 기득권인 '입학사정관'의 판단과 교사 추천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취업은 공채시험 제도 대신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 진학과 취업 모두 계량화한 점수보다 주관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으며, '끼리끼리' 문화가 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결국 특정 계층에 속한 사람이 상위 계층으로 퀀텀 점프하는 게 쉽지 않다. 최상위 계층 자녀는 초등학교부터 공립 교육을 받는 대신 명문 사립학교에서 공부한다. 미국은 대통령제 역사가 200년이 넘지만, 대통령 탄핵안이 실제 가결까지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시스템을 뒤흔드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인종적으로만 볼 때 최상위 계층인 백인 간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레드넥(Redneck), 백인 쓰레기(White Trash), 폐기물 인간(Waste People), 힐빌리(Hill Blly), 클레이 이터(clay eater), 트레일러 쓰레기, 백인 깜둥이, 습지 인간, 느림보 등은 모두 백인 하류층을 부르는 말이었다.
낸시 아이젠버그 루이지애나주립대 석좌교수가 쓴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살림 펴냄)는 이러한 미국 내 '백·백(白白) 차별', '백·백 갈등'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흑인과 소수인종, 여성 등 마이너리티를 주목하는 전통 좌파적 역사서술 시각과 달리 '가난한 백인'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이른바 '백인 카스트제'가 엄존한다는 이론을 편다.
'백인 쓰레기'의 역사는 이미 아메리카 식민지 개척 초기인 15세기부터 시작됐다. 백인 빈민층은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었다. 열등한 종(種)이었기에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의 위인들마저 이런 차별에 일조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f'자가 들어가는 상스러운 욕보다 '루저(loser)'라는 말을 더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런 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심지어 20세기 전후 '우생학'이 유럽과 미국에서 주류 이론으로 대접받던 시절엔 열등한 혈통으로 묘사돼 '단종(斷種)'의 대상으로까지 거론됐다.
미국 주류 사회는 하류층 백인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게으름', 무능' 탓으로 여전히 돌리지만, 저자는 이미 미국 사회가 아기 때부터 '스타트 라인'이 전혀 다른 사회가 됐다고 지적한다.
강혜정 옮김. 752쪽. 3만8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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