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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길을 묻다] "삼성 떠난 후 '공기'로 살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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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길을 묻다] "삼성 떠난 후 '공기'로 살아났어요"
광주 에어가전 혁신지원센터 지원기업 "생존 위해 틈새시장 찾아"
"연구개발·정보수집 한계"…"중기 브랜드 신뢰도 높일 '실증센터' 필요"

(광주=연합뉴스) 특별취재팀 고은지 김동현 최재서 기자 = 지난 8일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 내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DK 공장엔 아침부터 분주히 트럭이 오갔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출하를 준비 중인 또 다른 트럭들 위에는 포장된 제품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 평균 약 2천대의 공기청정기가 출하된다. 미세먼지가 극심해 공기청정기 수요가 많은 날에는 하루 4천∼5천대까지도 나간다.
1993년 대광산업으로 시작한 DK는 삼성전자[005930]의 1차 협력업체로 이른바 '잘 나가는' 하청업체였다.
20여년간 삼성전자에 가전제품의 부품을 납품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지만, 2013년부터 삼성전자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삼성전자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업체가 생산한 부품을 사용하게 됐고 자연히 DK가 납품하는 물량은 줄었다. DK는 지금도 삼성전자에 제품을 납품하고는 있지만, 주문 물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DK 김두식 이사는 "한창 잘 될 때는 삼성전자 납품용 부품이 제조되는 라인 중에는 안 돌아가는 것이 없었다"며 "현재는 제품별, 시기별로 차이가 있으나 평균 가동률은 8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청업체로서는 가격 차원에서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화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다만 우리는 물량 축소에 대응해 생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전했다.
대기업 납품만으로 더는 기존의 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DK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2012년부터 제습기, 2015년부터는 공기청정기 완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전통적인 가전제품의 부품을 만들던 업체였지만, 최근 미세먼지 악화로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수요에 주목했다.
김 이사는 "살아남기 위해 틈새시장을 노려 선택과 집중을 했다"며 "현재는 공기청정기 모델이 6개로 늘어날 만큼 발전했다"고 말했다.
DK의 성장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란 밑거름이 있었다.
DK는 광주 에어가전 혁신지원센터가 지원하는 기업 중 하나다. 에어가전이란 공기청정기, 에어컨, 제습기 등 공기를 이용한 가전제품을 말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광주 에어가전 혁신지원센터는 DK와 같은 광주지역 가전 협력사를 에어가전 전문기업으로 육성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돕고자 설립됐다.
이 프로젝트의 뼈대를 만든 김성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공장이 해외로 나가면서 협력업체의 매출이 10∼40% 하락했다"며 "당시 산업부 지역산업국장으로 있었는데 광주시에서 대체 산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과제를 가져왔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2014년 6월 에어가전 전문가들이 모여 사전기획을 짜 중앙부처에 사업 제안을 했고 2016년 4월 지역산업 거점기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센터 건물은 지난해 10월 사업 수행 주체인 전자부품연구원 광주지역본부 내 설립됐다.
현재 센터 내 12개 사가 입주해 있고, 입주기업 외에도 지역 내 에어가전 관련 지역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를 위한 각종 인증 획득,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업무협약(MOU) 추진까지 개별 중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업무를 돕는다.
센터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제품으로는 ㈜드림씨엔지·㈜지오천로봇기술의 '미세먼지 겸비 로봇 청소기', ㈜씨엔티·루트의 '에어서큘레이터', ㈜랩코·㈜지앤아이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미세먼지 측정기 등이 있다.
전자부품연구원 최철준 기반구축팀장은 "시험 항목의 추가, 제거, 변화 등 인증 규격이 바뀌면 기업들에 바로 알려준다"며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시장조사나 전략수립 등 용역을 맡기고 결과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기업의 회생은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띄우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사업 첫해인 2017년 21개사를 지원해 매출액 536억원·수출액 31억8천만원·고용 24명의 성과를 냈고, 지난해에도 21개사를 지원해 매출액 519억원·수출액 37억6천만원·고용 57명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에어가전 혁신지원센터를 '국내 공기산업의 성지'로 한 단계 더 진전시키고자 지역 외 기업 유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이곳 입주기업인 센트라는 모회사가 있는 충남 아산이 아닌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센트라는 공조기 제조업체인 세원센추리의 연구 자회사다.
센트라 이민상 팀장은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며 "센터에 입주하면 신규 R&D 수주로 자본 확보가 가능하고 기업 간 협의체를 통해 인프라, 네트워크 공유가 활발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에어가전 산업은 최근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덕분에 이곳 업체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으로서의 한계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주어진 기간 내 원청업체가 바라는 제품을 납품만 하면 됐던 협력업체 시절과는 달리 완제품을 생산해내려면 인력도, 정보도 더 많이 필요하다.
DK 김 이사는 "내년까지 공기청정기 사업이 좋을 것 같지만, 계속 성장하려면 상품에 대한 선행 개발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재투자가 필요하나 이익이나 수익이 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소기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어가전 혁신지원센터에서 열심히 지원해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정보수집이 더딘 편"이라며 "지원기관에서 수요가 있는 곳을 연결해주고 정보를 빠르게 제공해주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재 추진 중인 공기산업 실증센터가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브랜드파워가 약한 중소기업 제품을 보다 믿고 쓸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에어가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존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소비자에게 여러 회사의 제품 차이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증센터가 생기면 관련 제품을 모두 비교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un@yna.co.kr, bluekey@yna.co.kr,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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