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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 랩 음악 들으며 커제 잡는 '걸크러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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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 랩 음악 들으며 커제 잡는 '걸크러시' 변신
"인생 즐기기로…래퍼 하온 영향 많이 받았어요"
인터넷서 커제·당이페이에 승리…구쯔하오 꺾고 LG배 본선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최정(23) 9단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여자 프로바둑 기사 중 '부동의 1위'인 최정은 지난 6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통합예선에서 중국랭킹 5위 구쯔하오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중국의 신예 정쉬 4단까지 잡으며 LG배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최정의 도전은 계속됐다.
지난 8∼9일에는 인터넷 대국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꺾었다. 10일에는 인터넷에서 당이페이 9단을 제압했다.
세계대회 6회 우승자인 커제, 2017년 LG배 우승자인 당이페이, 2017년 삼성화재 우승자인 구쯔하오 등 세계 타이틀 보유자를 연파한 것이다.
11일 한국기원에서 만난 최정은 "그냥 인터넷 대국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기전이었다. 제가 이기기는 했지만, 커제에게는 5판 지고 당이페이에게는 2판 진 이후에 이긴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커제와 바둑을 둔 것만으로 좋고 재미있었다"며 "둬 보니 확실히 '클래스가 커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최정은 요즘 흐름이 좋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 비결을 알아보니 짧아진 머리 스타일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머리를 질끈 묶는 스타일을 유지해왔던 최정은 올해 머리를 과감히 짧게 자르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을 하고 웨이브도 넣어 스타일을 완성했다.
최정은 상승세에 대해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며 "누구와 두든지 져도 좋고 이겨도 좋다는 생각이다. 바둑을 두는 것 자체로 즐거워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도 안 받아서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여자바둑 최강이라는 타이틀에 힘겨워했던 때도 있었다.
최정은 "어릴 때는 바둑이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졌다. 승부의 압박감도 컸다. 부담이 많이 됐고 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생겼다.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아니다.
최정은 "이제는 그런 마음을 다 내려놓았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즐기기로 했다"며 "삶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머리 스타일을 자른 것도 마음을 비운 것과 상관이 있다.
최정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있다"며 "이렇게 짧게 자른 것은 처음인데, 해보고 싶었다"며 즐거워했다.
최정이 마음가짐을 새로 고치는 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
래퍼 하온(19·김하온)이다. 음악방송 엠넷의 10대 힙합 오디션 '고등래퍼2'에서 철학적인 가사로 눈길을 끌며 우승을 거머쥔 래퍼다.


최정은 "하온은 명상을 좋아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평화를 음악에 담는다, 음악을 듣는 사람도 평화롭게 해준다"라고 소개하며 "저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의 삶도 돌아본 최정은 "과거를 후회할 필요도,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지금을 즐기면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살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음악을 워낙 좋아한다. 방탄소년단(BTS)도 항상 응원한다"며 "흥도 많고 노래방도 좋아한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며 발랄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정의 올해 목표는 "갈 데까지 가는 것"이다.
그는 "가다 보면 어디론가 가겠죠"라며 "뭔가를 이루지 못해도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강자들에 승리를 거둔 경험은 큰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최정은 "정확한 통계를 보지는 않았는데 중국 기사들 상대로 성적이 좋다고 하더라"라며 "세계대회에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면 중국 기사와 만났을 때 승산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했다.
당찬 매력의 여자를 뜻하는 '걸크러시'로 변신한 것 같다는 말에 최정은 "그런가요? 그렇게 봐 주시면 좋죠"라며 웃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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