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장관 "동일본대지진 부흥보다 정치가가 중요" 발언 파문…사임
아베, 10일 밤 즉각 사표 수리…정부·여당에 타격 예상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의 올림픽 담당 장관이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의 부흥보다 정치가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10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은 이날 오후 7시께 도쿄도(東京都) 내에서 열린 여당인 자민당 소속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子) 중의원 의원의 후원모임에서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다카하시 의원"이라고 말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의 복구를 의미하는 '부흥'보다 정치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발언이다.
사쿠라다 올림픽 담당상은 이후 발언의 진의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기억에 없다"고 부인했다.
막대한 피해를 본 지역의 부흥보다 정치가를 우선시하는 듯한 이번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인 공산당에선 "바로 경질해야 한다"며 "이만큼 폭언과 실언을 반복하는 각료를 임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임명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자민당에서조차 사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쿠라다 올림픽 담당상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총리관저를 방문,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책임을 지고 싶다"며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사표를 수리했다며 "피해지역 분들께 총리로서 사쿠라다 올림픽 담당상의 발언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임명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도호쿠(東北)지역의 부흥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발언이 알려진 뒤 1시간 30분 안팎 사이에 이처럼 아베 총리가 급히 나선 것은 이번 발언이 갖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은 1만5천89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피해 복구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는 21일에는 정국의 향배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중의원 보궐선거가 열린다. 이는 같은 날 실시되는 후반부 통일 지방선거와 함께 7월 열릴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앞서 "아베 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내가 알아서 가능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은 지난 5일 사임했다.
사쿠라다 올림픽 담당상은 그동안 '망언 제조기'로 비판받았다.
지난 2월에는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池江 璃花子·19)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일본팀 성적을 걱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작년 사이버보안 담당상도 겸직하고 있으면서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컴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과 비서에게 지시해서 (문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컴퓨터를 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입각한 그는 2016년 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였다"고 발언해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았던 문제의 인물이기도 하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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