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피해자 작성 유서" vs 유족 "우리 아이 필체 아냐"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신혼여행 중 아내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 재판 마지막 날 피해자가 작성했다며 메모 형식의 글을 내놓았다.
10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준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3)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은 "피해자가 작성한 유서를 증거로 제출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메모는 항소심 진행 중 피고인의 어머니가 찾은 것으로 노트에 메모 형식으로 적은 글이다.
재판부는 "재판 마지막 날 이 자료를 보고 놀랐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유서에 작성 일자가 없어 그동안 제출 여부를 놓고 상의하느라 제출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메모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했다는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족은 A씨가 피해자의 글이라며 제출한 메모에 대해 "우리 ○○이 글씨가 아니다. 우리 ○○의 글씨는 이런 글씨체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해당 메모가 피해자의 필적과 동일한지 감정의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4월 25일 신혼여행지인 일본 오사카 한 숙소에서 사망 보험금 1억5천만원을 받아낼 목적으로 아내에게 미리 준비한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살인)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당초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신고하고 일본 현지에서 장례절차까지 마쳤지만, 부검결과 아내의 사망 원인이 니코틴 중독으로 확인된 데다 살인 계획 등이 담긴 일기장 등이 발견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A씨는 그러나 재판에서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해 니코틴을 주입하도록 도와줬을 뿐이지, 살해한 것은 아니다"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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