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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제발 저렸나…가습기살균제 자료 일체 삭제한 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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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제발 저렸나…가습기살균제 자료 일체 삭제한 애경
고광현 전 대표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재판에
하드디스크에 구멍 뚫고 직원 처가 다락에 자료 숨기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조사하는 가운데 애경산업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 일체를 없애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피해가 큰 '가습기 메이트' 제조·판매에 관여한 애경은 물리적으로 구멍을 뚫어 업무용 PC 하드디스크를 파괴하고, 유해성 관련 핵심 자료는 한 직원의 처가 다락방에 숨겨두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10일 애경산업 고광현(62) 전 대표와 양모(56) 전 전무, 이 모(50) 전 팀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에 대한 증거인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6년 2월이다.
당시는 서울중앙지검이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꾸려 제조·판매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였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애경 대표이사를 지낸 고 전 대표는 검찰 압수수색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부하 직원들은 애경산업 산하 연구소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노트북부터 대대적으로 교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컴퓨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CMIT·MIT', 'MSDS', '파란하늘' 등의 검색어를 넣어 나오는 개별 파일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후 가습기 살균제와 무관한 파일만 백업해 둔 뒤 교체한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에 옮겼고, 원래 쓰던 하드디스크에는 구멍을 뚫어 복구가 불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삭제 검색어에 포함된 CMIT·MIT는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물질이다. 2016년 검찰 수사 때는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SK·애경이 기소를 피했다. 당시에는 PHMG 원료물질을 이용한 옥시 등만 처벌을 받았다.
역시 검색어에 포함된 '파란하늘'은 1997∼2000년 애경이 자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인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에 들어가는 문구다. 여기에도 뒤늦게 인체 유해성이 인정된 원료물질인 CMIT·MIT가 포함돼 있다.



애경은 SK케미칼이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받아 판매만 했기에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유해 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제작하기까지 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애경은 '가습기 메이트'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SK에 납품한 필러물산을 SK 측에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이 제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만큼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애경 측이 가습기 살균제 고객 상담과 고객 불만(클레임) 자료 일체를 삭제하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을 앞두고 애경은 여기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TF는 애경산업 서버에 저장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의뢰해 분석한 애경산업 서버 포렌식 결과 등을 총 점검해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할 자료 범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핵심 자료인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자료와 애경이 직접 만든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관련 자료 등은 한 직원의 처가에 있는 다락 창고에 몰래 숨겨뒀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재조사를 시작한 검찰은 수사 4개월여 만에 필러물산(2명), 애경산업(3명), SK케미칼(1명) 전직 임원 등 6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4명은 구속된 상태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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