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서 강제퇴거 베트남계 의사, 2년 만에 입 열어
방송 인터뷰서 "지금도 사건 동영상 다시 보는 것은 무척 힘들어"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2년 전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탑승객 강제 퇴거 사건의 피해자가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2017년 4월 일리노이 주 시카고발 켄터키 주 루이빌행 유나이티드항공 기내에서 오버부킹(항공권 초과 판매)을 이유로 좌석 포기를 종용하는 항공사 측 요구에 맞서다가 강제로 끌어내려진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71)는 9일(현지시간) ABC 간판뉴스쇼 '굿모닝 아메리카'(GMA)에 출연, 사건 발생 후 처음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사건 동영상을 봤나"라고 묻는 인터뷰 진행자 에이미 로박의 질문에 "시간이 지난 후에 봤다. 그저 울었다"면서 지금도 그 영상을 다시 보는 것은 무척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다오는 공항경찰에 의해 좌석에서 끌어내져 기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후 통로를 끌려나가던 순간은 기억이 없고,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뇌진탕과 아울러 코뼈와 이 두 개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다오는 '아시아계라 차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좌석 포기 요구에 응하기 싫었고, 게다가 퇴역 군인들을 위해 설립한 무료 진료소 개원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켄터키 주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1975년 베트남이 사이공에 점령됐을 때 보트를 타고 탈출한 난민 출신 다오는 당시 바닷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미 해군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동료 의사인 아내와 함께 퇴역 군인 무료 진료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다오는 "사건 발생 후 신원이 공개되면서 2004년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가 2015년 재취득한 사실에 대한 보도가 나오는 등 가족들이 크고 작은 고충을 겪었고, 부상과 충격으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고 수개월간 집안에 칩거해야 했다"며 "병원에서는 자살 시도를 할까봐 관찰 대상이 됐고, 수개월이 지나고 나서 걷는 연습부터 다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상황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건강 회복 후 허리케인 하비 피해지역 주민들을 돌보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베트남·캄보디아 마을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주러 다녀왔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면증과 집중력·균형감각 장애가 남아있고, 사고 이전 20차례 이상 마라톤에 출전했으나 지금은 5km 정도를 걷는 데 그친다고.
다오는 자신을 폭력적으로 끌어내린 공항경찰들을 이제는 이해한다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시에 따랐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나이티드항공에 대해서도 더이상 감정은 없다면서 "항공사들이 오버부킹에 대한 약관을 개정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를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다오는 정확히 2년 전인 2017년 4월 9일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서 루이빌공항으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뜻밖의 변을 당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직원들을 태우기 위해 탑승객들에게 자발적 좌석 포기를 요구했고, 보상금 800달러(약 90만 원)를 제시해도 지원자가 나오지 않자 하차 대상 4명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4명에 포함된 다오는 "다음날 오전부터 예약 환자가 있다"며 하차를 거부했고 항공사 측이 공항 경찰을 동원, 폭력적으로 강제 퇴거시키는 과정이 인근 좌석 탑승객에 의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애초 다오가 호전적인 반응을 보여 촉발된 일이라고 주장하다 역풍을 맞고 오스카 무노즈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다오는 막강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가 유나이티드항공 측과 합의했다. 합의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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