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지의 상상력·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너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악몽과 몽상 1, 2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대지의 상상력 = '녹색평론' 발행인 겸 편집인 김종철이 20년 만에 펴내는 본격적인 문학평론집.
김종철은 '부르주아적 문화체제의 지배 밑에서 형성된 사고습관이나 편견'을 떨치고 세계의 대문호, 비평가들을 엘리트주의와 산업 문명에 맞서 '삶-생명'을 옹호해온 작가, 사상가, 예언자라는 관점으로 예민하게 포착한다.
윌리엄 블레이크, 찰스 디킨스, 매슈 아널드, F.R.리비스, 프란츠 파농, 리처드 라이트, 그리고 이시무레 미치코가 그 주인공이다.
'인간은 원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려는 꿈을 간절히 꾸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진정한 문학은 몽상의 기록이자, 일종의 기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347쪽)
김종철은 '근대의 어둠'이 짙게 깔린 오늘날, 문학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하나의 대답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녹색평론사. 376쪽. 2만원.
▲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 송은주 건국대 글로컬문화전략 연구소 연구원이 SF 문학에서 찾은 인문학적 사유를 담았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으로 사는 삶'을 고민하던 저자는 그 답을 SF문학에서 구한다.
포스트휴머니즘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과학'과 '문학'이라는 상이한 두 영역의 접점을 찾는 데 애쓴 저자는 문학이라는 통로를 통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책은 '이백 살을 맞은 사나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등 SF 문학을 바탕으로 사이보그, 복제 인간, 인공 장기, 유전자 쇼핑, 섹스 로봇 등 과학 기술이 변화시킨 미래 사회의 풍경을 촘촘히 전달한다.
이 미래 예언적 스토리는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 로봇과 인간의 윤리적 관계에 대해 다시금 모색하게 해주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 가치가 있는 인간의 자격은 누가 정하는지 등을 물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시킨다.
웨일북. 348쪽. 1만5천원.
▲ 너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 박소유 시인이 9년 만에 출간한 세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무수히 흘러간 시간들을 껴안으며 새로운 사랑을 탄생시키는 화자를 설정한다.
이번 시편들은 '기억'의 문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일면을 드러낸다.
시인에게 과거란 잠재적이고 비가시적 질서의 일부이며, 이 모든 과거 속에 몸을 던졌을 때 태어나는 사랑의 의미, 사랑의 새로움 등을 이번 시집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보지만 바라보는 자세만은 한결같아서 / 꽃필 때만 기다렸던 거지요'('구름의 시차' 부분)
'사랑이라면 사랑일 수 있겠지만 / 너무 늦었지 / 그런 양, / 양처럼 울어야 할 때가 더 많겠지'('나중이라는 말' 부분)
시인동네. 136쪽. 9천원.
▲ 악몽과 몽상 1, 2 =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의 단편집.
스티븐 킹이 7년간 쓴 작품 중 탁월하다고 자평하는 스물네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초자연적인 공포를 다루는 스티븐 킹의 장기를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툴루 신화나 셜록 홈스 패스티시 작품, 드라마 극본, 에세이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킹의 솜씨를 맛본다.
작가가 직접 쓴 서문과 작품 해설도 포함됐다.
'돌런의 캐딜락'에는 평범한 남자의 지독한 복수 과정을 담았고, '어린아이들을 허락하라'에서는 사악한 아이들에 대한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드라마 '어둠 속의 외침'으로 방영된 대본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와 '뉴욕 타임스'에 실린 에세이 '고개를 숙여', 야구 잡지에서 극찬을 받은 시 '브루클린의 팔월' 등도 만난다.
킹은 서문에 "단편소설이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삶 자체를 구원하는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은선 옮김. 엘릭시르. 616·600쪽. 각 1만6천800원.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