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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앙은행…경기부진 탓에 각국서 독립성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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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앙은행…경기부진 탓에 각국서 독립성 '위태'
피치 "인플레·정책신뢰 상실 우려"
재정정책 한계에 통화정책에 '소방수 역할' 기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글로벌 경기둔화의 본격화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책임자인 제임스 매코맥은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코맥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최근 다수 국가의 이의제기는 앞으로 수년간 특히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곳들에서 펼쳐질 거시정책 논쟁 확장의 서두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정책을 이유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판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후 연준 이사진에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에서 집권한 포퓰리스트 정파와 제반 경제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터키, 인도 등 신흥국들에서도 중앙은행들은 정권으로부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매코맥은 "정부와 비교할 때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중앙은행들은 재정상태가 양호하며, 많은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높은 정책 신뢰도까지 겸비한다"며 "재정정책 입안자들은 중앙은행의 이런 면에 눈독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다수 주요 국가는 호황 때 재정적자를 크게 개선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둔화를 맞이했다.
그 때문에 재정정책에 한계가 있는 정부들은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해결사로 나선 중앙은행의 힘을 빌려보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매코맥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작업 너머로 확장할 때가 무르익었다는 정부들의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통화정책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압력이 색다른 방식으로 가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그 때문에 어떤 현상이 빚어질지 고려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현대통화이론'(MMT)도 중앙은행 독립성을 위협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에서 해석했다.
MMT는 달러화는 세계 최고의 준비통화이고 미국 재무부 채권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만큼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와 관계없이 달러화를 마음껏 찍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비주류 경제이론이다.
매코맥은 "세계 최고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은 (MMT 주장과 같은) 제한이 없는 달러공급과 배치되고, 미국 국채의 안전성 또한 대놓고 부채를 절대 갚지 않거나 가치가 떨어진 액면가로 갚는 정책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정정책 입안자들이 중앙은행의 정책을 해결책으로 삼을 때 심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코맥은 "중앙은행의 재정상태가 정부처럼 약화할 수 있고 신뢰도가 떨어질 리스크가 있다"며 "저조한 물가상승률의 편익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에는 세계의 준비통화, 안전자산을 보유함으로써 누리는 특수한 이점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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