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중 잃어버린 영장에 제보자 노출 "신변 위협 느낀다"(종합)
회수 과정서 수사대상 불법 대부업체 일당들, 영장 내용 공유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경찰이 불법 대부업체 일당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영장을 잃어버리며 경찰에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가 노출돼 신변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9일 "경찰이 영장을 잃어버리며 '익명의 제보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일당에게 알려졌다"면서 "경찰이 영장에 범죄 사실을 보면 제보자로 나를 지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경기도에 일당의 근거지가 있는 사건을 부산 남부경찰서에 제보한 것은 남부경찰서가 이들을 2년 전 한차례 검거한 적이 있어서 사건을 스스로 인지해 수사한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었는데 이렇게 제보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장이 분실된 다음 날부터 대부업체 일당에게 전화가 걸려와 협박이 이어졌고, 제가 전화를 받지 않자 7일에는 부모님에게도 연락이 갔다. 사는 집 주소까지 모두 털린 상황이라 너무 불안해 모텔방을 전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산 남부경찰서 수사관들은 지난달 27일 불법 대부업체 일당이 있는 경기도 한 아파트를 덮쳐 일당을 체포한 뒤 영장 원본을 챙기지 않고 철수하는 실수를 했다.
부산에 도착해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사관들은 직접 영장을 회수하거나 경기 지역 경찰에 부탁하는 대신 이날 체포하지 않는 대부업체 일당에게 고속버스 특별수송으로 영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11시간 만에 회수했다.
하지만 이미 대부업체 일당이 영장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조직원들과 공유한 이후였다.
경찰 한 관계자는 "영장은 집행 전 피의자에게 내용을 공개하기는 하지만, 수사의 밀행성 때문에 이후 영장 열람이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제한 되기도 한다"면서 "적법한 열람 과정이 생략된 채 내용이 공개된 것은 문제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A씨에 대한 임시숙소 제공, 스마트 워치 등을 지급했고, 자동차번호 변경 조치, 주민등록번호 변경·열람 제한 조치 등 신원정보 변경 조치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밀착 신변경호를 제안했으나 A씨가 거절했다.
경찰은 지난 27일 체포한 불법 대부업체 일당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모두 기각하면서 A씨 불안감이 가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에서는 당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들에 대해 영장을 일괄적으로 기각했는데, 대부업체 일당 중 일부는 집행유예 기간 범행을 한 것이라 구속 사유도 충분하고 A씨를 협박한 사실도 있어 영장을 검찰에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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