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불길이 휴게소 향하고 있어요" 쪽잠 자는 운전자 깨워 대피시켜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불길이 휴게소로 향하고 있으니 어서 대피하세요."
강릉산불이 강풍을 타고 동해고속도로까지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휴게소에서 쪽잠을 자던 화물차 운전자와 휴게소 종사자 십수 명이 고속도로순찰대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안전하게 대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속초·고성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던 지난 5일 오전 0시 40분 강원 동해시 망상동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 주차장.
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영동 2팀 소속 김철호(50)·이기훈(44) 경위는 강릉 옥계에서도 대형산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동해고속도로 옥계 나들목으로 향했다.
같은 날 0시 15분을 기해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닷가 쪽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당시 동해휴게소 주차장에서는 야간 운행을 마친 화물차 운전자 10여 명이 차를 세운 채 쪽잠을 자고 있었고, 휴게소 종사자도 숙소에서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김 경위 등은 산불의 기세로 볼 때 이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 동해휴게소 주차장으로 진입해 차창을 두드리며 쪽잠을 자던 운전자들을 깨웠다.
휴게소 종사자들도 긴급 대피 방송과 경광등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제야 휴게소 쪽으로 향하는 거센 불길을 확인한 화물차 운전자와 휴게소 종사자들은 깜짝 놀라 부랴부랴 휴게소를 떠나 위험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운전자 등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김 경위 등은 동해고속도로 운행 차량이 자칫 화마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 고속도로 진입 금지를 상황실에 요청했다.
결국 동해고속도로 근덕 IC∼옥계 IC 32㎞ 구간과 7번 국도 동해 망상∼강릉 옥계 15㎞ 구간의 양방향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김 경위는 8일 "산불이 고속도로 근처까지 확산했고 연기로 시야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운전자 등은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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