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부패혐의로 수감 1년째…옥중정치로 영향력은 여전
연금개혁 관련 노동자당 전략 지휘…좌파진영 결집 구심점 역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부패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좌파진영 내에서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상태다.
룰라 전 대통령은 수감 상태에서도 쪽지와 서한, 측근의 전언 등을 통해 좌파 노동자당(PT)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며 노동자당은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자당이 하원에서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이 마련한 연금개혁안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전선을 형성하는 데도 룰라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현 상원의원)와 지난해 대선후보였던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가 하면 노동자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 연기를 지시하는 등 사실상 당을 이끌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노동자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의 결집을 위한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상파울루 시내 지하철 노조 건물에서 열린 세미나에 보낸 서한을 통해 "나의 무죄를 입증하고 '진짜 도적'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와 기득권층을 겨냥해 지난해 대선에서 절대다수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수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춰 노동자당도 지난해 대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아다지 전 시장은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반(反) 보우소나루 세력을 결집한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전국을 도는 정치 캐러밴에 나섰다.
아다지 전 시장은 매달 두 차례씩 이뤄지는 캐러밴을 통해 차기 대선주자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 수감 1년째를 맞아 이날 상파울루 시내에서는 룰라 지지 시위와 반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룰라 지지자들은 "룰라 석방을 촉구하는 투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룰라와 함께 보우소나루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룰라를 비난하는 시위대는 "룰라 때문에 브라질이 붕괴했다"면서 "그를 석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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