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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美·유럽 지배하던 중동 방산시장 잠식…"美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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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美·유럽 지배하던 중동 방산시장 잠식…"美 경계"
WSJ "중동 무기거래 경쟁, 미·유럽 vs 중·러 긴장고조 반영"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과 유럽이 오랜 기간 지배하던 중동 방산시장을 중국과 러시아가 잠식해 나가자 미국이 경계에 나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SJ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 무기거래를 노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기거래를 둘러싼 경쟁은 미국이 오랜 기간 자신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봤던 지역(중동)에서 무역, 안보 등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최대 규모인 77억 달러(약 8조 8천억원) 상당의 무기를 수입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의 수입액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등 중동 시장은 세계 방위산업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우방국인 이스라엘에 군사적 우위를 부여하기 위해 중동의 다른 국가들에 무기를 팔지 않으려 한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무기와 군사 장비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려 나서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는 지난해 중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데 각 4천만 달러(약 455억원)를 지출했다. 이 수치는 아직은 적지만 예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 두 나라는 중국에서 군사용 드론도 수입했으며, UAE는 중국 기업과 무기 공동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는 UAE에 미사일 시스템, 사우디에는 군용 소총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용 소총 판매는 사우디가 자국 내에서 러시아에 무기 생산권을 부여한데 대한 보답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우려는 단지 중동에서 미국 무기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라고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 내 미국의 우방들과 협업하면서 첨단 군사장비를 비롯하여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기술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얻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중·러에서 들여온 장비가 서방의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미국이 향후 중동과 계약을 맺는 것이 더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미 국방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동에 군사적, 경제적 기반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중국은 2017년 예멘과 아덴만을 사이에 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설립해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UAE를 방문해 우군 포섭 행보에 나섰다. 지난 2월에는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베이징으로 초청해 정유·화학 단지 공동설립을 비롯해 280억 달러(약 31조 8천억원)에 달하는 경제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사태 당시 군사개입에 나서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내전 승리를 안기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러시아 국영 석유사 로스네프트를 비롯한 정유회사들은 이미 이라크·리비아 등과 거래 계약을 체결했으며,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은 시리아 재건 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



물론 아직 미국과 유럽이 중동 방산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보잉과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 등의 미국 방산업체들의 사우디에 대한 수출액은 지난해에만 30억 달러(약 3조 4천억원)가 넘는 등 미국은 중동 무기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러시아와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가 중동에서 잘 안 먹혀들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미국의 고민이다.
터키는 지난 5일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Rostec)이 생산한 S-400 방공미사일 도입 절차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로스텍은 UAE와도 전함에 탑재 가능한 방공미사일 도입을 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최대 방산업체인 노린코(NORINCO)는 UAE 방산업체와 합작 투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국 방산업체들에 중동에 최첨단 전투기인 F-35 등의 고성능 무기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점이 중국과 러시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톰 왈드윈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최첨단 장비 수출을 제한할 경우, "사우디가 차선책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제품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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