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의견은 36%에 그쳐…기념행사 지시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풍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1964년 군부 쿠데타의 의미를 규정하는 문제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쿠데타 기념행사를 지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역풍을 맞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에 따르면 1964년 3월 31일 일어난 군부 쿠데타를 기념하는 행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반대 57%, 찬성 36%, 무응답은 7%로 나왔다.
젊은층과 고소득층일수록 기념행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다타폴랴는 말했다.
이 조사는 지난 2∼3일 130개 도시 2천8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오차범위는 ±2%포인트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독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2012년 5월부터 가동된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가진실위원회는 2014년 말 활동을 마감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인권범죄가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와 함께 인권범죄 희생자 434명과 인권범죄에 연루된 37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앞서 군 장교 출신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 기념행사를 개최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해 논란을 빚었다.
인권단체와 좌파 정당들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문 피해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갚은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군부 쿠데타를 기념하려는 것은 법치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비도덕적이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살비올리 보고관은 "역사를 수정하고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사회 전체에 의해 명백하게 거부돼야 한다"면서 "정부 당국은 이러한 끔찍한 범죄 행위가 잊히거나 왜곡되거나 처벌받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군부 쿠데타를 옹호하는 내용의 2분짜리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이 동영상은 "군이 우리를 구했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든 일이 (1964년) 3월 31일에 일어났다. 역사를 바꿀 수 없다"며 시종일관 군부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앙 고울라르 당시 대통령 정부를 붕괴시킨 것을 두고는 공산화 위협으로부터 브라질과 국민을 구해내기 위한 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발생일인 지난달 31일에는 10여개 도시에서 쿠데타 비난 시위가 잇따랐다.
상파울루에서는 시내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거리행진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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