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첫 지하차도 운명은?…서귀포 우회도로 개설 논란
교육청, 이용자 안전·녹지공간 확보 위해 지하차도 건설 요청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아이들이 뛰어노는 어린이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요구와 6차선 도로를 내야 한다는 지역주민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4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동홍동을 잇는 도시우회도로 4.2㎞ 가운데 제2구간 1.5㎞가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어린이공원을 관통하도록 설계됐다.
설계대로 공사하면 서귀포학생문화원 전체 부지 3만85㎡ 중 24.3%인 7천318㎡가 도로에 편입된다. 어린이공원 전체 부지 1만3천610㎡ 중 53.8%가 도로 개설로 사라지는 셈이다.
학생문화원 앞쪽 어린이공원이 잘려나가 도로가 되고, 학생들은 차들이 달리는 폭 35m의 6차선 도로를 건너야만 공원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이 어린이공원은 서귀포학생문화원과 부속 도서관, 그 옆에 있는 제주국제교육정보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등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어린이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가 개설되면 이들 4개 기관 이용자들이 늘 교통사고 위험에 내몰리게 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이들 기관 연평균 이용객은 27만명에 이른다.
도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애초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도로 일부를 지하차도로 개설하는 방안을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동흥동 주민들은 지하차도가 들어서면 지상 도로가 사라져 주민 불편이 커진다며 반대했고, 문화원 맞은편의 성당과 유치원은 출입불편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서홍동 주민들은 도심 속에 녹지공간을 살리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귀포학생문화원은 2016년 12월 어린이공원 부분을 지하차도로 변경하거나 우회도로 개설을 검토해달라고 도에 요청했다. 서귀포시 동(洞) 지역 초·중등 교장들도 협의회를 열어 지하차도로 변경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달 15일 1천532명의 서명한 지하차도 건설 요청 진정서를 도와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문화원 바로 앞을 관통하는 큰 도로를 개설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공간과 놀이공간, 휴식공간으로 사용되는 녹지공간(잔디공원, 소나무숲)이 소멸·축소될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불편과 함께 많은 안전사고의 발생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제주도는 이달 중 제주도교육청과 서귀포시, 지역주민 대표 등이 참가하는 회의를 열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앞서 제주시 지역 2곳에서 지하차도 이야기가 있었으나 한 곳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도 건설로 마무리된 바 있다. 이번에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에 지하차도가 건설되면 제주 첫 지하차도가 된다. 이에 지하차도의 운명에 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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