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버려진 동물과 날 이어줘서 '#고마워요 포인핸드'
수의사가 만든 앱 덕에 안락사 위기 유기동물 5만마리 새 가정 찾아
(서울=연합뉴스) 이세연 인턴기자 = '#고마워요포인핸드' 해시태그가 최근 트위터 등 SNS를 뜨겁게 달궜다.
포인핸드(Paw(동물의 앞발) in hand)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유기동물보호소에 있는 동물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의 이름. 이 앱 덕분에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들이 동물의 구조 당시 입양 공고에 올라온 사진과 가족이 된 현재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자신과 반려동물을 이어준 포인핸드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 바로 '#고마워요포인핸드' 해시태그 달기였다.
이 캠페인은 포인핸드 운영진이 지난달 14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것을 계기로 유기동물을 입양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운동이다.
포인핸드를 만든 건 수의사 이환희(34)씨. 지난 2013년 경기도 가평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공중방역 수의사로 근무할 때 새 주인을 찾는 공고 기간(15일)이 지난 동물들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안락사되는 것이 마음 아파 앱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유기동물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입양까지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생 시절 개인적 관심으로 배운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씨 개인이 만든 앱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현재까지 다운로드 수는 80만회. 국내 '반려동물' 관련 앱 가운데 1위이다.
지금까지 이 앱을 통해 5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새 가족을 찾았고, 지금도 한해 1만 마리 이상이 꾸준히 입양되고 있다.
어느새 3명으로 늘어난 포인핸드 운영진은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앱이 반려동물 관련 앱 중 사용자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려동물을 사는 대신 버려진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입양하는 문화가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마워요포인핸드'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인 이들은 포인핸드 운영진의 이런 바람에 공감한 이들인 셈. '이*'란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는 "'#고마워요포인핸드' 해시태그 보면 기존에는 상처받아서 방어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애들이 입양 가서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게 너무 좋다"고 했고, 아이디 'DicT***'는 "고마워요포인핸드 해시태그 들어가면 잃었던 인류애를 다시금 찾아올 수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자고 제안한 건 김수진(26) 디자이너였다. 그는 "트위터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포인핸드도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인핸드 트위터 계정이 생긴 지 이틀 만에 '#고마워요포인핸드' 해시태그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았고, 트위터 팔로워는 4천600명을 넘어섰다. 이씨는 "포인핸드에 직접 고마움을 표현하는 형태로 글을 올려주시니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고마워했다. 김현호(28) PD도 "고맙다는 말에 저희가 더 고맙다"며 "올라온 해시태그들을 보면 마음이 벅차고 감동적"이라고 감격했다.
포인핸드 운영진은 "유기동물이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모습은 무엇보다 좋은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이라며 "입양자들이 스스로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해시태그 운동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했다.
해시태그 운동이 모든 고민을 해결해준 건 아니다. 여전히 입양이 안되는 동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 포인핸드 운영진은 "나이가 많거나 덩치가 큰 동물이 입양이 잘 안된다"고 설명했다.
포인핸드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한 이들은 협약을 맺은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비 50%를 지원받게 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 앞으로는 노령견을 입양한 이들에게 고령 질환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인핸드는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이환희씨는 "앞으로도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seyeon@yna.co.kr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