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 때리는 늦깎이신인 이은지 "출발 늦어도 꿈 포기 안 해"
2부투어 6년 뛰고 24세에 데뷔…"언젠가 미국 진출하겠다"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은지(24)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처음 발을 내디딘 신인이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고진영(24), 2013년 신인왕 백규정(24), KPGA투어에서 5승을 따낸 김민선(24), 그리고 '장타 여왕' 김아림(24) 등과 동갑이다.
2013년 프로 자격증을 땄지만, 이들 동갑 친구들과 달리 KLPGA투어 시드를 손에 넣는 데는 한참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 2부 드림투어에서 뛴 이은지는 작년 드림투어 상금랭킹 15위(4천423만원) 자격으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KLPGA투어에 입성했다.
4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는 이은지가 올해 처음 치른 KLPGA투어 대회다.
이은지는 데뷔 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이정민(27), 김민선 등과 선두에 1타차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은지는 "사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에 큰 흥미가 없었다. 대회는 출전했지만, 연습은 거의 안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7년 12월 아프리카 적도 기니에서 열린 미니투어 대회 출전 경험은 이은지의 골프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흐릿하기만 했던 목표가 뚜렷해졌다.
이은지는 "거기서 멋진 선수가 돼서 미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회에서 만난 위창수 프로님을 찾아가 40여일 동안 지도를 받았다"면서 "죽기 살기로 연습했고 작년 드림투어에서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말했다.
이은지는 "출발이 늦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만큼 앞서간 동갑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 진출이 꿈이지만 올해는 우선 KLPGA투어에서 우승하고 싶다"라고 당찬 목표를 밝혔다.
이런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이은지는 드라이버로 가볍게 260야드를 날린다. 마음먹고 때리면 280야드도 훌쩍 넘긴다. 300야드를 날리는 걸 본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보다 드라이버를 멀리 치는 선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이은지는 "어릴 때부터 비거리는 누구한테도 뒤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년 동안 겨울이면 미국에 건너가 위창수에게 배운 쇼트 게임은 이런 장타력에 날개를 달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은지는 사실상 데뷔전인 이날 이렇다 할 위기 없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갔다.
페어웨이 안착률 78.6%에 이른 정확하고 긴 티샷과 88.9%라는 빼어난 그린 적중률로 버디를 6개나 뽑아냈다.
이은지는 "내일도 오늘만큼이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는 2017년까지 스크린 골프에서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스크린 골프 투어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는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도 필드 라운드를 염두에 뒀다"면서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300야드를 날리는 '중고 신인'의 도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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